"아메리칸 드림".

광막한 황야에 불과했던 미국을 단 2백년만에 세계최대 경제국으로 일궈낸
미국인의 원동력이다.

이제 21세기 미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이 꿈틀거리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벤처(모험)비즈니스를 꽃피우자는 것.

공장엔지니어 학생 교수 대기업중역들까지 기술력과 아이디어만을 손에
쥐고 창업의 길로 들어선다.

우리정부도 경제재도약의 활력을 첨단 벤처산업에서 찾기 위해 각종 지원책
을 마련중이다.

미 ''벤처기업 투자열풍''의 모습을 그려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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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키퍼(gate keeper)".

요즘 미국 금융가를 누비고 다니는 재주꾼이다.

사전적 의미는 문지기 또는 감시자.

그러나 비즈니스세계의 게이트키퍼란 어느 벤처캐피털회사(창업투자사)에
얼마만큼의 자금을 투자하면 좋은지를 연기금등에 조언해 주거나 실제
운용을 맡는 투자자문회사를 말한다.

최근 수년간 게이트키퍼의 세력이 급증, 현재 약 25개사가 활약중이다.

요즘엔 "게이트키퍼를 평가(감시)하는 게이트키퍼"까지 생겨났다.

게이트키퍼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수년전까지는 운용액의 1%에 상당했던
위탁수수료도 0.5~0.7%정도까지 내려갔다.

벤처캐피털저널지에 따르면 지난 95년 벤처캐피털회사로 흘러들어간 투자
자금은 94년보다 16% 증가한 44억달러.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한 20억달러에 달했다.

이중 최대투자자는 전체의 40%를 차지한 연기금이다.

이처럼 벤처비즈니스로 유입되는 연기금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생겨난게
게이트키퍼다.

연기금의 거액자금을 벤처캐피털사에 유도하기 위해서다.

현재 벤처캐피털사에 흘러드는 연기금의 투자자금중 30%가 게이트키퍼의
손을 거쳐간다.

대표적인 게이트키퍼인 아보트캐피털매니지먼트(ACM)사는 투자회사와
애널리스트출신의 전문가들을 두고 벤처캐피털사의 운용.투자자세를 철저히
감시하는 한편 연기금의 심사기능을 대행한다.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려면 상장주나 채권과는 다른 전문지식과 훈련이 필요"
(ACM의 창설자 스탠리 플래트씨)하기 때문이다.

호슬리브리지파트너즈(HBP)사도 투자판단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게이트키퍼
다.

이 회사는 "피플(사람)" "퍼포먼스(운용실적)" "프로세스(투자과정)"의
3P를 벤처캐피털사에 대한 심사기준으로 삼는다.

벤처캐피털사에 소속된 벤처케피털리스트의 경험과 공헌도를 비롯 펀드의
수익상황을 자세하게 조사한다.

HBP는 특히 해당 벤처캐피털사가 벤처기업의 성장에 얼마만큼 공헌했는지
여부를 중시한다.

이처럼 꼼꼼한 심사과정을 거치는 까닭에 게이트키퍼가 최종 선택하는
벤처캐피털사는 많지 않다.

"연 1백50개건을 심사해도 최종적으로 고객에 투자를 권하기는 6~8건에
불과"(CLAM사의 필립쇼우 이사)한 수준이다.

벤처캐피털사 입장에서 볼때 게이트키퍼의 까다로운 심사과정이 달갑지
않으련만 벤처캐피털사가 게이트키퍼를 바라보는 시각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벤처투자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게이트키퍼덕분에 자금을 구하기 쉬워졌다"
(아트라스벤처의 크리스토퍼 스프레이사장)는 평가다.

아트라스벤처는 최근 1억달러의 투자기금을 모집했는데 그중 90%가
게이트키퍼를 경유한 것이다.

게이트키퍼는 연기금의 투자자금을 벤처캐피털사로 흘려보낸다.

벤처캐피털사는 이자금을 벤처기업에 수혈한다.

결국 게이트키퍼가 미국의 벤처산업을 일으키는 ''엔진''인 셈이다.

<김지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