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부도는 가뜩이나 어려운 제일은행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

지난 29년 창립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셈이다.

유원건설 우성건설 등 해마다 덮친 거래업체의 "메가톤급 부도"로 속이
곪아터진 결과다.

연이은 대출부조리는 93년 박기진 행장, 지난해엔 이철수 행장을 중도퇴진
시킨터여서 이번에 신광식 행장이 한보문제에 책임을 지게 되면 연이은 3대
불명예 퇴진이 되는 참담한 형국이다.

제일은행의 현재 자본금은 8천2백억원규모.

자본금을 포함한 자기자본은 1조8천3백억원정도이며 총자산규모는 48조가량
이다.

이를 한보에 대한 부실여신규모(1조1천억원)와 비교하면 경영상 타격이
얼마나 클지는 금방 알수 있다.

자기자본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이 이미 부실자산이 됐고 후유증은
단시일내에 치유되기 어렵다.

심지어 올해엔 업무이익 대부분을 한보 부실처리에 털어넣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보 부실화에 따른 감익만도 매년 3천5백억원을 기록할 전망이어서 경영의
전도는 험난하다.

제일은행은 한보사건 이전부터 경영합리화를 위해 일은증권 등 자회사 매각
을 적극 검토해 왔지만 이번 한보사태로 경영에 결정타를 맞게 됐다.

일은증권의 경우엔 팔더라도 인수가액인 3천5백억원이상을 받지 않으면
장부상 손실로 처리되기 때문에 팔기도 어렵다.

현재와 같은 경기불황기에 이같은 자금을 투자, 증권회사를 인수할 기업은
없다.

금융계에서는 한보그룹의 부도사태가 금융개혁에도 불을 댕길 것으로 보고
이는 제일은행의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수년내에 자립하기 어려운 은행들이 생긴다면 어떤 형태건 "정리"되는
게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들이다.

내우외환을 겪는 제일은행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그래서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