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인 사막 한 가운데에서 카메라를 들고 경주차를 쫓을 때의 스릴을
무엇에 비기겠습니까.

때론 길을 잃어 며칠을 두고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걸을 것 같습니다"

남들은 골프장에 나가 인생의 여유로움을 즐길 나이에 카메라 한대를 들고
세계 곳곳을 누비는 장영준씨(50.세영스튜디오 대표).

자동차전문 사진작가란 타이틀을 달고 국제 규모의 각종 랠리나 모터쇼를
찾아다니는 그에게는 "차"와 "사진"이 인생의 전부다.

장씨가 그동안 다녀온 랠리만도 지옥의 랠리라 불리는 파리 다카르랠리,
이집트의 파라오랠리, 아시아-퍼시픽랠리,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대회 등
헤아릴수 없다.

세계 최고 권위의 서키트경기인 F1경기는 물론이다.

"세계적인 랠리에선 아직 동양권의 참가자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 전문가로 참가한 사람들도 서양의 유명한 자동차 저널리스트가
대부분이죠"

그런데도 장씨는 다카르랠리 주최측인 TSO사로부터 한국에선 처음으로
공식 사진작가로 인정받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국내 주요 언론 뿐만아니라 세계적인 자동차 전문지에
"Photographed by Jang, Young Joon"을 달고 실리고 있다.

장씨가 사진과 접하게 된 것은 30여년전.

고등학교 졸업후 우연한 기회에 카메라를 갖게 된 그는 대학시절에도
공부는 뒤로 한채 카메라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는 원래 인물사진으로 출발했다.

쌍용그룹 이미지 광고에 나오는 스티븐 호킹박사 사진도 그의 작품이다.

그러던 그가 자동차에 푹 빠진 것은 10여년전.

"복잡한 부품으로 구성된 기계덩어리가 멋을 잔뜩 내며 신나게 달리는
모습에 매료된 적이 있었죠.

그 이후 전공을 아예 자동차로 바꿨습니다.

물론 차 사진을 찍는게 돈이 되지는 않아요.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죠.

늙어 더이상 움직일수 없을 때까지는 계속 할 겁니다"

장씨는 그동안 각종 랠리에 참가해 찍은 사진을 모아 일반에 공개할
생각이다.

그래서 요즘은 전국을 돌며 사진전을 열 구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