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이 한보철강 관련 대출의 부실징후를 포착했음에도 이를 의도적
으로 은폐해왔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8일 금융계와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은감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은행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기검사 결과를 공개해오고 있으나 한보 대출관련
지적사항은 하나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보철강 여신에 대한 담보부족액이 2천억원을 넘는 제일은행의 경우 은감원
이 지난해 10월14일부터 11월5일까지 20일간이나 정기검사를 실시해 공표한
주요 비위사항은 "재무구조가 불량한 업체에 대출하고 대출자금의 일부가
다른 업체의 운영자금으로 유용된 사례"가 전부였다.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이 4천억원에 달하는 외환은행 정기검사(96년7월3~
24일)에서도 임원 승인대상인 1억원초과 신용여신을 지점장이 전행취급한
사례 등 극히 사소한 여신부당취급 경우만 공표됐다.

또 지방은행 가운데 한보에 대한 순여신과 담보부족액이 가장 많은 충청은행
정기검사(96년 5월24~6월13일) 결과를 보면 본부결제없이 지점장 전행으로
4억원에 달하는 여신을 취급했다는 것이 주요 지적사항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감원이 불과 몇억원짜리 여신 부당취급 사례는 잡아내면
서도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하는 한보관련 부실여신을 몰랐을리 있겠느냐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은감원도 이와관련, 지난 27일에야 제일은행 등에 한보여신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하고 담보확보 등을 통해 여신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서면 경고
했다고 공식 시인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