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의 기세싸움이 임시국회 개원을 가로막고 있다.

여야는 지난 23일 한보사태가 터지자 서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당장이라도
임시국회를 소집할 분위기였다.

3당 총무들도 곧바로 협상테이블에 나섰다.

그러나 막상 협상에 들어가자 임시국회의 초점이 될 국정조사특위의 구성
방안 특별검사제 도입 청문회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의 견해가 팽팽히 맞서
내주초 개회마저 불투명하게 됐다.

여야는 임시국회 소집이 지연되는 책임을 서로 "네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한보사태 진상규명과 노동관계법 안기부법 11개 법률의 재개정 또는 재심의
라는 본래의 임시국회 소집목적보다는 대선스케줄 속에서 상당의 기선제압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양상이다.

여야가 30일 임시국회 소집을 앞두고 재정리한 각당의 입장을 보면 이같은
분석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신한국당은 이날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야권의 태도는 여당이 도저히 들어줄수
없는 조건만을 내세워 실제 국회 소집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
까지 제시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특위 여야 동수 구성 <>특별검사제 도입 <>TV
생중계 청문회문제는 현행법에도 없는 조항으로 여당으로서는 절대로 받아
들일수 없는 주장임에도 끝까지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국당은 지난 28일 첫 총무회담에서 오는 2월3일 임시국회를 개회하는데
합의해 놓고도 전략적 계산 때문에 두번째 총무회담에서 야당태도가 강경
자세로 돌변,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의 강공책 배경에는 한보사태를 계기로 여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이
비등점에 달한 현 시점에서 최대한 여당을 압박, 차기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정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 신한국당의 인식이다.

국민회의는 이날 간부회에서 야권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
에서는 임시국회 소집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간부회의를 마친뒤 "임시국회 개회가 급한 것이
아니라 한보게이트 진상규명을 할수 있는 국정조사가 이뤄질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간부회의 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회의는 김광일 청와대 비서실장 등 최근 잇따른 청와대 비서진의 언론
인터뷰를 볼때 이번 사건을 권력형 비리보다 금융사고로 의혹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 공개된 청문회 실시에 상당히 집착하고 있다.

또 국조특위를 가동해봐야 소득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공개청문회가 열리면 "심증"을 집중 거론, 대여
공세를 취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는 것 같다.

반면 자민련은 국민회의와 같이 청문회 특검제 등을 요구하면서도 국조특위
활동기간이 2개월정도 보장되면 일단 개회후 협상을 계속할수 있다는 신축적
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여기서 밀려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임시
국회 소집을 점점 뒤로 미루게 만드는 요인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호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