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심상찮은 움직임이 증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반면 외국인 한도확대 조기발표 등에 따른 단기유동성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려 있는 장세여서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우선 최근의 환율움직임은 분명 주식시장에 주름살을 더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860원선으로 치솟고 있지만 달러대비 엔화환율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른 실정이다.

때문에 원화환율 상승이 무역수지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겨루는 국내 기업들에겐 오히려 타격을 주고 있다.

올 1월중 무역적자도 이미 39억달러에 달한 상황이다.

원화환율 상승에 따른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외화환산손실도 2조5천억원선에
이른다는 것이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의 추정이다.

동방페레그린증권에선 연말 환율에 대해 당초보다 20원 높은 8백90~9백원선
에 이를 것이라는 수정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우리시장을 외면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본과의 경합관계에서 보면 최근의 환율 상승으로 수출주도업종이 불리해
지고 내수관련업종이 유리하다는 진단도 내려지고 있다.

수출업종에는 자동차 기계 전기전자 반도체 철강 등 흔히 핵심블루칩(대형
우량주)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럼에도 최근 증시에선 블루칩들이 하방경직성을 띠면서 소폭의 강세행진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외수펀드의 조기 설정과 외국인 한도확대 발표설및 한일간 이중과세방지협정
체결 등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진 결과다.

한보철강 부도여파로 우량주를 찾는 투자자들의 발길도 가세했다.

결국 단기유동성 증대를 기대하는 신중한 매매와 함께 장기적인 환율추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 손희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