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 : 스레인 에거트슨 / 장현준 역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사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해 불만을 갖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사람들은 스레인 에거트슨의 "경제행위와 제도"를 반드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시장메커니즘에 근거한 경제정책에 믿음을 갖지 못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정책 입안가들도 이 책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80년대 이래 신고전파경제학과 제도학파경제학의
접목을 시도함으로써 경제학계의 주목을 받고있는 "신제도학파 경제학
(Neoinstitutional Economics)"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그것이
앞으로의 경제학 발전과 경제정책 수립에 얼마나 유용할 수 있는가를
전도하려는 데 있다.
저자는 심지어 "신제도학파 경제학은 그 잠재력이 워낙 커서 언젠가는
이것이 경제학으로 불릴 것으로 전망한다"고까지 확신에 찬 예언을 하고
있다.
신제도학파는 기본적으로 분석 가능한 모형설정에 집착하다 보니 실제로
경제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이나 제도를 무시하고 있는 신고전파
가격이론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조직이나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고전적 제도학파의 생각을 접목한다.
그러나 합리적 선택, 균형, 안정적 선호체계로 대표되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분석틀 내에서 조직이나 제도를 명시적인 내생변수내지
외생변수로 취급함으로써 분석가능한 이론으로서의 체계성 일관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것이 합리적 선택모형에 근거한 최적화와 같은 신고전파 경제학의
핵심요소를 부정하는 "신제도주의 경제학 (New Institutional Economics)"과
다른 점이다.
신제도주의자들은 대안으로서 충족화모형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것은 아직
분명치 않은 함의만을 시사하고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신제도학파의 경제학에 대한 기여는 미르달 (1974) 코즈 (1991) 및
노스 (1993)의 노벨상 수상에 의해 이미 확고히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일관성있는 모형설정과 경험적 검증 가능성의 확립을 통해 얼마나
현실 경제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가가 이 새로운 경제이론이 본격적인
경제학으로 자리잡는 관건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원론적 분석" "재산권과 경제적 결과" "경제적 조직에
대한 해설" "재산권 해설"의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신제도학파 경제학의 성격을 규정하고 신제도학파 경제모형에서
명시적으로 제약조건으로 고려하는 거래비용, 재산권의 개념과 모형화
과정을 설명한다.
2부에서는 재산권에 대한 대안적 사회규칙과 기업의 소유구조의 경제적
결과에 대해 분석한다.
그리고 3부는 신고전파경제학에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대안적 경제조직이
거래비용의 관점에서 어떻게 경제적 비교우위를 갖는가에 대해, 4부는
재산권과 대안적 정치사회제도와의 관계와 그 경제적 결과에 대해
논의한다.
탄탄한 경제학적 지식과 유려한 필력을 바탕으로 한 역자의 평이하고
매끄러운 번역이 어려운 경제학 개념에 대한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나성린 < 한림대 경제학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