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후 성공에 대한 야무진 꿈을 품고 모그룹에 입사했어요.

영업사원으로서 능력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극복할수 없는 학연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더라구요.

공채사원으로서 당당하게 항의도 해봤어요.

제가 흘린 땀의 대가는 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컴미디어 김태영 사장(34)의 창업배경이다.

한컴미디어는 국내 첫 CD타이틀 제작시스템 공급업체로 지금은
"멀티미디어숍"이라는 체인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태영 사장이 2년의 직장생활을 박차고 처음 시작한 사업은 건축조경사업.

고등학교때 기능올림픽 미술도장부문 대표선수로 활약한 그의 미술감각과
젊은 혈기가 최대 자산이었다.

차가 1년만에 폐차 처분될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땀의 결실도 맛보는듯 했다.

국내 대기업 모델하우스의 20%정도를 직접 설계할 정도로 일이 몰려 들었다.

대전 엑스포때 브라질관 이집트관 유럽관 등의 설계및 시공자로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은 녹녹지 않았다.

그에게 일을 맡긴 건축회사들의 연쇄부도로 어음들이 종이조각이 돼버린 것.

"하루에도 몇장의 어음이 종이조각으로 변하더라구요.

회사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도리밖에 없었어요"

한번의 실패는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유망사업에 눈을 돌릴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컴미디어가 추진하고 있는 "멀티미디어숍" 체인사업이 그것.

멀티미디어숍이라는 개념은 사진 비디오 음성자료 등 각종 개인기록들을
CD롬에 담아주는 "CD앨범"을 주축으로 사진이미지 등을 특수처리, 블라인드
액자 컵 등에 개인의 취향에 맞춰 담아주는 포괄적 이미지프로세싱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졸업 결혼 등 각종 개인기록물을 독특한 방식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려는 욕구가 증대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그는 멀티미디어컴퓨터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진을 현상하고 확대하는
수준의 사진관이 가까운 시일내에 "멀티미디어숍"으로 대체될 것으로 확신
하고 있다.

한컴미디어는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손쉽게 고객의 사진 음성 비디오
기록들을 CD롬에 담아줄수 있도록 모든 제작과정을 메뉴얼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모집하기 시작한 체인점이 벌써 15개로 늘었다.

김사장의 올해 목표는 전국에 멀티미디어숍 1백여개를 개설하는 것이다.

"얼마전 중소기업 창업박람회 때는 준비해간 방명록 2권이 턱없이 부족
했어요.

멀티미디어숍에 대한 관심에 제자신조차 놀랐어요.

행사가 끝나고 회사로 들고 온 방명록이 무려 8권이었습니다.

제가 하는 사업에 드디어 자신감을 가질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첨단상품의 생명력은 짧다.

끊없는 변신으로 또 다른 첨단상품을 내놓지 못하면 도태되게 마련이다.

누구보다 김사장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는 CD앨범 등을 대체할 상품이 곧 출현할 것에 대비,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장용량이 CD의 7배에 달하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 글 손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