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부도로 중소기업들을 주고객으로 삼아온 신용금고 할부금융
팩토링 렌털사등 중소기업전담 소형금융기관들이 초토화됐다.

자본금이 기껏해야 수십억원에서 2백~3백억원대인 이들 미니금융기관은
이번 부도로 존폐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연말 동신 삼익악기에 각각 6백억원이상씩 물려들어가 멍이
든데다 한보철강에 결정타를 맞아 비틀거리고 있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이들의 한보철강 피해액은 현재로는 약 1천억원 수준
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금차입등 영업관계를 고려해 피해사실을 숨기고 있다.

한보철강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온갖 경로를 통해 이들로부터 할인해간
어음규모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10배가량 많은 약 1조원대라는게
금융계의 정설이다.

한보철강은 이들이 진성어음만을 할인해 주는 점을 감안, 자금조달목적의
융통어음을 진성어음인것 처럼 꾸미기 위해 가짜 세금계산서를 붙이기도
했다.

어찌됐든 이들은 그만큼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들의 부실채권이 많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 중소기업전담금융기관들은 이번 부도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규대출
을 꺼리고 기존 대출을 회수하고 있어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이 무더기로
자금조달난에 봉착했다.

은행이나 종금사등 제대로된 금융기관에 접근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그나마 이런 소형금융기관이나 팩토링 렌탈사와 같은 비제도권금융기관에
자금차입을 의존해 왔는데 이제는 이것마저도 어려워졌다.

더구나 한보철강부도이후 부채비율이 높고 한보철강처럼 식성좋게 기업을
인수해온 기업들의 자금악화설까지 나돌아 이들 금융기관이 더욱 몸을
사리는 바람에 자금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보철강이 어음할인을 하면서 막판에는 서울지역의 신용금고에서 할인을
거절당하자 지방에까지 내려가 대구 부산지역등은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채자금도 꽁꽁 숨어버렸다.

사채업자들은 검찰조사가 본격화되자 자금출회를 아예 거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의 경우 월3부 수준이던 사채금리는 한보철강부도이후 월
4~5부로 껑충 뛰어올랐다.

한보철강부도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융계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날자금등의 명목으로 6조원을 방출키로 했다.

그결과 회사채수익률은 연 11%대로 떨어지고 콜금리도 안정세를 되찾는등
자금시장은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결과 대기업들은 자금사용시기를 늦추고 있고 10대그룹이 발행한 어음은
오히려 할인률이 떨어지는등 자금시장풍요의 혜택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자금잉여가 이들 미니금융기관에는 흘러들어가지 못해 자금
시장에선 빈익빈 부익부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은 소리없이 무더기로 사라질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게 금융계의 우려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