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수 9단의 연승 행진에 요다마저 제물이 됐다.

서9단은 3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진로배 세계 바둑 최강전
제10국에서 "한국기사 킬러"인 요다9단에게 2백74수만에 흑반집승을 거두고
8연승을 달렸다.

이로써 서9단은 연승상금 6만달러를 확보,오는 23일 중국의 마지막주자
마샤오춘9단과의 대결을 남겨놓고 있다.

이 대국서 서9단이 이기면 경이적인 9연승을 기록함과 동시에 한국팀에
대회 5연패를 안겨주게 된다.

현재 한국은 서9단외에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9단 등이 대기하고 있어
대회5연패가 확실시 되고 있다.

서봉수는 이번 진로배를 통해 왕년의 기력을 되살리고 있다.

70,80년대까지 조훈현9단과 함께 "조.서"시대를 구축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사실 지난해 서9단은 최명훈 등 신예기사들에게도 밀려 "4인방"의
자리도 위태로웠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내로라하는 중국 일본 기사들을 꺾으며 꺼져가는
듯한 바둑생명을 단번에 되찾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챠오다완 천린신 위빈9단과 창하오7단, 그리고
일본의 왕리청 아와지슈조9단 등 8명의 기사가 희생됐다.

"최근들어 마음을 비우고 대국에 임합니다.

이기겠다는 욕심을 내지 않으니까 쉽게 이기는 것 같아요"

서9단 지난 29일 일본의 왕리청9단을 불계로 꺾은뒤 검토실에 들어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겸손한 말이지만 서9단의 표정에서 "무리수가 없으니 이길수 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엿볼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다음날 중국의 챠오다완9단을 상대로 초반부터 4귀생을
하는 등 침착한 실리작전을 구사하며 완벽한 승리를 엮어냈다.

또 요다9단과의 대국에서는 중반까지 불리했던 바둑을 역전, 반집승을
이끌어내는 끈질김도 보였다.

서9단이 확보한 상금은 1억원을 넘는다.

연승상금 6만달러, 9개국 대국료 1천8백만원, 여기에 한국팀 우승
(20만달러)이 확정될때 4만달러를 합산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