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시장에 한보부도 파문이 본격적으로 번져가고 있다.

은행권은 한국은행의 긴급 지원으로 잠잠한 분위기지만 파이낸스 할부금융
신용금고등 제2금융권의 소형 금융회사들은 자본금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최대 1조원대로 추산되는 한보 어음을 떠안아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들 소형 금융기관들은 한보가 부도나기 2-3개월전
부터 한보가 발행한 융통어음을 대거 인수해 그동안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부실 채권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할부금융사들과 지난해 숫자가 크게 늘어난 파이낸스회사들은 은행권
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한보그룹이 높은 금리를 미끼로 발행한 어음을
무분별하게 인수해 창업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보다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늦은 지방이 심각한 실정이다.

이에따라 파이낸스등 소형 금융기관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을 전액회수
하는등 채권확보에 총력을 펴고 있고 이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에
한보불똥이 번져 한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업들에까지 "부도 도미노"
현상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과정에서 대구등 지방 도시들에서는 사채금리가 월 4-5%로 껑충 뛰었고
어음할인율도 종전 10%에서 20%로 배이상 급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한국은행이 모두 6조원의 자금을 방출하고 있지만 대부분
은행등 대형 금융기관들 사이에서만 거래될 뿐 중소금융기관들은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고 한보 부도사태에 따른 연쇄 부도는 "이제
부터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