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부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경제에 월간 무역수지 적자규모
사상최대치 경신이라는 한파까지 덮쳤다.

역시 이번에도 외형적으로 나타난 주범은 반도체다.

1월중 반도체 수출액은 작년 1월보다 44.2%나 감소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2.0%의 증가로 나타나 반도체쪽의 타격이 워낙 컸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노동법 개정에 따른 파업으로 3억1천5백만달러
의 수출차질이 얹어졌다.

얼핏 외형만 보면 반도체가 살아나고 파업위기만 가라앉으면 상황은 나아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출부진 수입증가의 구조가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품목별 수출동향을 보면 수출감소를 보인게 반도체 뿐이 아니다.

자동차(75.9% 감소) 전자부품(28.5% " ) 일반기계(23.8% " ) 석유화학
(6.2% " )도 죽을 쒔다.

주력부대 전원이 탈진한 양상이다.

수입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인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것과는 달리 원유수입은 79%나 늘었고
신발 의류 화장품 가구 휴대용전화기등 소비재 수입은 지칠줄 모르고 늘고
있기만 하다.

1월의 적자가 사상 최대이고 수출감소폭이 4년여만의 최대치라는 대목은
지금 우리의 수출경쟁력과 소비태도를 한마디로 설명해 주는 수치다.

왜 이렇게 힘을 잃었는지를 바탕부터 다시 따져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