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을 국민기업화하자는 주장이 청와대 등 정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다.

제3자인수 방식을 택해 특정 민간기업에 넘길 경우 막대한 은행부채에 대한
상환유예 이자 탕감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나 그렇게 하면 특혜시비가 빚어질
것이므로 공기업화하는게 좋다는 생각인 것같다.

이를 위해 <>포항제철에 인수시켜 자회사화하는 방안 <>채권은행들이 대출금
을 출자로 전환해 대주주가 되는 방안 <>한보철강 주식을 증시를 통해 국민주
로 매각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도 한다.

이같은 한보철강 공기업화 구상은 정부안에서도 반대론이 없지 않아 정부
방침으로 정해졌다고 보기 어렵지만, 우리는 현 시점에서 그런 주장이 제기
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깊은 우려를 떨쳐버리기 어렵다.

우선 지금이 그런 논의를 할 때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승수 부총리의 지적처럼 지금은 한보철강 공장을 빨리 완공해 정상가동
시키는 것이 급선무이지 공기업화나 제3자인수 등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 공장완공까지 얼마나 더 돈을 들여야 할지도 불분명하고, 완공후의
경제성에도 적잖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공장을 벌써부터 공기업화하느냐,
제3자에게 넘기느냐로 논쟁을 벌여야 할 이유가 없다.

공장완공까지는 앞으로 1년가량이 더 걸리고 시운전단계를 거쳐 정상가동에
이르기까지는 또 1년여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특혜시비를 피하기 위해 공기업화한다"는 발상에 대해서는 더욱
경악을 금할수 없다.

이는 정부가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방침만은 분명히한 한국중공업 등 대형
공기업 민영화가 실제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점칠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점
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 민영화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더이상 미룰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라는게 우리의 인식이다.

경쟁의식이 결여된 공기업을 민영화해 효율을 살리려는 움직임은 세계적인
조류다.

외국인을 차별하는 감정적인 여론에 밀려 결국 불발로 끝나기는 했지만,
프랑스정부가 1백40억프랑의 부채를 거의 대부분 떠안고 단 1프랑에
톰슨멀티미디어사를 대우에 넘기려고 했던 것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부실기업 정리는 대출금 상환유예 등 금융특혜를 수반하게 마련이다.

그로 인한 시비가 빚어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해서 부실기업을 공기업화할 수밖에 없다는 발상은 한심하고도
한심한 일이다.

구설수가 두려워 당연히 해야 할 일마저 하지 않으려는 자세, 손에 물을
묻히지 않겠다는데만 급급하는 정부라면 정말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거듭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은 한보 특혜대출의 배후를 밝히면서 공장완공과
정상화에 몰두할 때지 공기업화 주장 등으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 때가
아니다.

이와 함께 한보철강을 정상화한 뒤에는 당연히 민영화, 철강산업을 경쟁
체제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