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모르는듯 주저앉던 도쿄증시가 달러당 1백20엔대에 접어든 엔저에
힘입어 서서히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달 1만8천3백30엔으로 장을 마쳤다.

1만7천엔대마저 붕괴될 기미를 보이던 위기상황이 엔화가 1백20엔대에
들어선 시점을 계기로 반등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엔화가 1백20엔대에 접어든 지난주 닛케이평균주가는 1천엔이상이 올라
엔저가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기 시작했음을 입증했다.

급등에 따른 반락현상도 나타나고 있지만 엔저현상이 극도로 무기력했던
도쿄증시에 새로운 원군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해 12월초만해도 2만1천엔선을 유지했으나 이후
극도의 무기력증을 보이면서 힘겹게 1만7천엔선을 지켜 왔다.

최근 증시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종목은 수출관련주들.

닛케이지수가 5백38엔이나 상승했던 지난달 29일의 주식시장에서는 모두
21개종목이 ''최근 1년중의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이중 11개종목이 수출비율
20%를 넘는 종목이었다.

캐논(78%) 소니(67%)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수출산업관련종목들의 주가가 엔저를 계기로 상승해 증시회복세를 이끄는
견인차역할을 하고 있음이 선명히 나타난다.

사실 일본기업들이 엔저로 얻게되는 혜택은 대단히 크다.

다이와총연의 분석에 따르면 도쿄증시상장제조업체들은 엔화가 1엔 하락할
때마다 6백40억엔정도씩 경상이익규모가 증가한다.

기업별로도 수익증대현상이 뚜렷하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달러당 1엔이 내려가면 연간 1백억엔에 달하는 경상
이익증대효과가 있고 닛산은 70억엔씩 이익이 증가한다.

소니도 엔화가 1엔 내릴 때마다 50억엔씩 이익이 늘어나고 도시바의 경우는
1백억엔의 이익증대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수출관련 개별종목의 회복세보다도 증시관계자들이 더욱 의미를 두는 것은
엔저를 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변했다는데 있다.

사실 엔저는 달러당 1백20엔대에 진입하기 직전까지만해도 주가하락을
이끄는 주범의 하나로 지목받아 왔다.

도쿄증시에 투자할 경우 가만히 앉아서도 환율이 떨어지는 만큼 손해가
불가피한 외국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일본주식을 내던지고 도쿄증시를
등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조차 도쿄시장보다는 뉴욕
증시등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엔저가 최근 호재로 급변한 것은 달러당 1백20엔선의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채산이 호전될 것임이 누구의 눈에도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똑같은 엔저 라는 현상이 한번은 악재로 한번은 호재로 상반된 작용을
하는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럼 이번의 엔저를 계기로 도쿄증시가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까.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증시관계자들 사이에 회의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이들은 비관론의 배경으로 우선 주가라는 것은 경기를 반영하는 것인데
엔저에도 불구, 고개숙인 일본경기가 단기간내에 되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본경제의 최대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금융기관의 불량채권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요원해 일본금융시스템에 대한 국제적인 불신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초저금리도 증시회복을 막는 주요인의 하나다.

이윤(이자)을 좇는 자금의 생리상 미국이나 유럽등에 비해 3~4%포인트나
금리가 뒤지는 일본시장에 자금이 몰려 오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저는 허물어져가던 도쿄증시의 붕괴를 일단 저지
시켰고 장기적 차원에서도 기업실적호전을 점차 가시화시키면서 꾸준히
호재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것이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