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는가 했더니 벌써 2월에 접어들었다.

개인은 물론 어떤 조직도 해가 바뀌면 새로운 각오로 새출발을 다짐한다.

그러나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경제는 올해들어서도 수렁을 헤매고
있다.

새로운 모습, 새로운 각오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각국은 21세기에 대비하느라 분주한데 우리는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에도 힘겨운 상황이다.

지난 연말의 노동관계법 개정에 따른 진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한보부도사태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국경제를 송두리채 파국으로
몰아갈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이미 1월25일현재 파업으로 인한 기업체들의 생산차질액이 3조원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경제실적은 97년 경제운영계획을 발표할때 인용조차 하지않을
정도로 나빴다.

2백30억달러에 달한 경상수지적자에다 1천억달러가 넘는 외채는 우리의
OECD 가입의미를 크게 퇴색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97년 경제운영방향마저 제대로 잡을 수 없었던것 같다.

올 경제운영계획을 1월15일에야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게 이를 말해준다.

그런데 1월23일 한보철강이 드디어 부도처리됐다.

한보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미 1월중 무역수지적자(통관기준)는 34억8천4백만달럴 월별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의 적자(21억3천2백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 경제운영계획에는 경제성장률 6%내외, 소비자물가 4.5% 내외,
경상수지적자 1백40~1백60억달러로 잡혀있다.

1월의 무역적자만으로 연간 모습을 그리기는 무리가 있을지 모르나
올경제 운영계획은 발표하자마자 뒤틀려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1월의 무역 적자는 수출감소와 수입증가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우리경제는 경쟁력약화로 전반적인 활력이 침체돼 왔다.

파업사태는 그걸 더욱 악화시켰을 뿐이다.

올해엔 실업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

불황에 따른 기업의 감량경영과 신국채용축소로 올해 실업자는 지난해보다
11만명 늘어난 53만2천명에 이르러 실업률이 93년이래 가장 높은 2.5%를
기록할 것으로 노동부는 내다보고 있다.

노동법개정과 관련없이 실업은 늘어날수 밖에 없게 돼있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그동안 숱한 고비를 넘었다.

70년대 석유파동은 겪을때 전등하나 끄기운동도 벌였다.

석유소비절약효과를 따지기에 앞서 위기에 대처하려는 국민의 자세는
돋보였다.

3저호황이전 80년대 초반에도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됐다.

지금은 어떤가.

공직자 기업인 근로자 소비자가 모두 따로 논다.

정부부터 갈피를 못잡고 있다.

기업인들은 자신감을 잃고 있다.

지금상태에서 국제경쟁에 이길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소비재수입에서 국내시장에 파는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근로자 소비자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업이 망하고 경제가
거덜난후 설땅이 없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먼저 나서서 이 난국을 돌파할 비상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위기를 맞고 있으면서 위기라고 느끼지 않는게 진짜 위기다.

지금 이싯점에서 각 경제주체의 의식과 제도를 과감히 바꾸는 일을
정부 아니고 누가 할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