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를 다루기위한 임시국회 소집이 여야간 대립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3일부터 한보사태에 대한 당차원의 진상조사에 각각
착수했다.

신한국당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현경대 위원장 주재로 한보사태진상조사
위원회 1차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들어갔다.

신한국당은 조사위 활동의 1차적인 촛점을 한보사태의 실체적 진상규명에
두되 하청업체 등 관련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주력
키로 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양당 합동 한보사태조사단 1차
회의를 열고 당차원의 조사활동을 시작했다.

국민회의는 조사단 활동을 진상규명보다는 비리의혹을 밝히는데 집중시키
기로 하고 특히 여당의원들과의 관련부분을 집중캐낼 방침이다.

자민련은 국민회의와 마찬가지로 비리증거확보에 촛점을 맞추되 텃밭인
충남지역을 의식, 피해조사와 후속대책 마련에 다소 많은 비중을 둘
계획이다.

신한국당의 현경대 위원장은 이날 "우선 한보의혹의 실체적 진실규명에
1차적인 활동목표를 두겠다"고 전제하고 "이와함께 집권여당인 만큼 정부와
긴밀히 협의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제도적인 미비점을 보완하는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신한국당의 조사위는 이날 오후 재정경제원을 방문,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경위를 조사하고 한보부도사태에 따른 하청 협력업체 피해최소화 대책과
금융제도 개선책 등 재발방지책 등을 논의했다.

조사위는 또 4일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를 방문, 현지조사를 벌이는 한편
한보철강과 관련업체 조업정상화방안 등을 당정협의를 통해 마련키로 했다.

신한국당은 그러나 야당측이 여당의원 관련설 등을 퍼뜨리며 정치공세를
계속할 경우 조사위 차원의 맞대응도 불사한다는 전략도 세워두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한보사태를 전형적인 "권력형비리"로 규정, 각종
채널을 통해 한보철강의 공유수면매립 허가과정, 당진제철소 인.허가과정,
특혜대출의혹 부도처리배경 등 각종 의혹을 밝히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국민회의는 특히 은행대출과정에서 고위층의 압력여부 등 비리부분을
확인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국민회의는 3일 김영배 국회부의장 박광태 정한용 정세균의원 등으로
구성된 "당진조사단"을 현지에 보내 현황을 파악하고 중소협력업체 주민들
과도 만나 부도에 따른 피해상황 및 애로사항을 듣는 등 피해최소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자민련은 지난주 독자적인 피해조사단을 구성, 당진현지에서 한보피해실태
조사를 벌인데 이어 3일 김현욱 조사단장이 재경원을 들러 정부차원의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

여야가 이처럼 진상조사 활동을 시작했으나 각당이 갖고 있는 자료나
증거가 상대적으로 빈약한데다 여야 모두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커 조사위 활동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야권은 한보사건을 "권력형 비리"로 규정, 여권인사들의 비리의혹을
집중 조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다 여권도 야당측의 정치공세에 정면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여야의 조사활동은 자칫 "폭로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