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소설가 김이태씨(32)가 첫 장편소설 "전함 큐브릭" (고려원 간)을
내놓았다.

제목은 에이젠스타인 감독의 무성영화 "전함 포템킨"과 냉소적인 영화를
많이 만든 "클락월 오렌지"의 스탠리 큐브릭 감독 이름을 합성한 것.

소설속에서는 주인공 애자가 환각속에서 조합해낸 이미지로 나타난다.

작가는 "대낮에도 뿌연 대기 아래 밀집된 아파트 단지를 보면 딱 전함의
모습을 하고 있다"며 "주사위처럼 네모나고 반짝거리는 발광체를 연상해
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지향점을 잃은 젊은이들과 우리주변의 떠도는 영혼들이 현실의
"사각 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변두리에서 떠도는 무명 뮤지션들.

영락한 대중가수 애자와 괴상하게 피아노를 두들겨대는 배다른 오빠
익희, 이들 사이에 끼여 든 잡지사 기자 윤수와 그의 애인, 주인공
오누이의 죽은 엄마 영혼, 애자의 아이, 매니저겸 음악가 황보, 말총머리
늙은 기타리스트 등이 그들이다.

음악적 요소가 많은 게 특징.

일종의 예술가 소설로도 읽힌다.

애자와 익희의 싸움은 음악으로 추구할수 있는 것과 재능의 유무,
지속성이나 의지에 관한 방법론의 차이 등이 원인이다.

윤수와의 관계는 이성간의 삼각 갈등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각기 다른 것을 추구하는 "전사"다.

세상이라는 "전함"을 타고 과거와 현재의 "전선"을 끊임없이 넘나든다.

짧은 장을 다시 작은 부분으로 나누고 익살스런 소제목의 해설을 붙인
형식은 무성영화의 자막이나 만화의 칸막이 개념을 차용한 것처럼 보여
이채롭다.

소설가 이제하씨는 "전자 드럼 육성의 여러 복합음들이 제각기 어둡고
비관적인 자기주장으로 주위를 자극하면서 강렬한 비트를 남기는
헤미메탈같은 소설"이라고 평했다.

대구 태생인 김씨는 서울대철학과를 졸업하고 95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몽유기"가 당선돼 등단했으며 중편 "궤도를 이탈한 별" "독신" 등을
발표했다.

현재 일본 키타큐슈대학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지난해와 올해 이상문학상 추천우수작가로 뽑혔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