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되는 대형건물에 크고 작은 조형물이 설치되면서, "예술작품을 바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와 각도, 적절한 빛 그리고 작품에 어울리는
주변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건물의 성격에 맞는 훌륭한 조형물이 설치되기 위해서는 건물주 건축가
조형 예술가, 3자간의 많은 대화와 이해및 양보가 필요하다.

조형물이 평면이든, 입체든, 모든 작품은 그 작품을 배려한 공간이 필요
하며 예술가는 공간과 건물에 맞는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

건축가와 예술가가 잘 협의해 이뤄낸 최고의 걸작품이 미국 워싱톤 D.C의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신관) 지하 1층, 1.2층이 통하는
로비에 제작된 칼더(Alexander Calder)의 대형 모빌이다.

칼더는 건물의 특성과 공간에 맞는 대형의 움직이는 조각, 모빌을 제작하기
위해, 건축가 페이(I.M.Pei)와 여러차례 만나 세계적인 걸작품을 제작하고,
설치하며, 이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하여 판매한다.

이 작품은 건물과 함께 세계의 명소가 되었다.

시카고는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건물이 가장 많은 도시이다.

이 도심에 세계적인 조각가의 대형작품이 설치돼 널리 알려져 있다.

우체국 빌딩 앞에 세워진 15m 높이의 거대한 새 모양의 "프라밍고"는 칼더
(Alexander Calder)의 작품이다.

빨간 원색의 철판으로 된 이 작품은 플라밍고가 앉아 있는 모습으로
시카고의 상징적 조형물이다.

18m의 폭의 이 조각 아래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빌딩 실내에서 바라본 이 조각의 모습과 외부건물의 유리면에 비친 모습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이외에도 시카고에는 피카소(Pablo Picasso)의 "무제"(12 x 9 x 15m, 1967),
퍼트(Jerry Peart)의 "스프래쉬"(8 x 4.5 x 6m, 1986)등이 넓은 광장에
놓여져 있다.

또한 독일 프랑크 푸르트시내 금융가에 위치한 올덴버그(Claes Oldenburg)
의 "넥타이"는 회사원과 금융업 종사자의 상징인 넥타이를 허공에 날려,
바쁘게 활동하는 샐러리맨의 모습을 휘날리는 넥타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프랑스의 고속도로에 설치된 폭 53m, 높이 15m의 대형 호(Arc)는 베르나르
브네(Bernar Venet)의 작품 "185,4도의 호(Arc)"로, 지겹고 짜증나기 쉬운
고속도로에서의 운전을 경쾌하면서 신비스러운 예술의 세계로 유도한다.

브네는 철을 자유자재로 굽혀서 작품을 제작하는데 그 철이 가진 딱딱하고
차가운 성격의 새로운 감각을 부여한다.

국내에도 멋진 조형물이 상당수 있다.

여의도 일신 빌딩앞에 놓여져 있는 이태리 조각가 스타치올라(Mauro
Staccioli)의 "일신 여의도 91"(1991)은 특히 상징적인 조형물중 하나로
꼽힌다.

스타치올리는 못이나 송곳처럼 뽀족하고 날카로운 시멘트의 조형물을
공간에 설치하며, 공간을 분할하고 새로운 공간을 체험하게 한다.

문화체육부와 한국경제신문사가 1990년 제정한 "환경문화상"은 매년 우수
조형물, 실내장식, 건축, 조경을 선정하여 시상한다.

조형물로는 여의도 국민투자신탁 건물 앞에 있는 최만린의 "비약"(1994),
여의도 한국 산업은행 전산센터에 놓여진 정보원의 "미완공간+무한공간"
(1995), 지하철 5호선 김포 공항역에 설치된 성완경의 "직녀가 꿈에서 본
그림들"(1996)이 선정됐다.

이것은 도심 조형물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고 심사함으로써 의무사항이
아니라 기업의 새로운 이미지 구축과 도심의 문화적 휴식공간으로 재인식
시키며,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갤러리 현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