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들은 최소한의 능력만 있으면 결혼한 자녀와 따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70년대 자녀쪽에서 부모 모시기를 기피하는 현상과 매우
대조적인 현상이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는 3일 전국의 노인 1천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
실태.의식조사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노인 가운데 부부끼리 산다는 대답은 30.6%, 홀로된 남녀 노인이
자녀와 떨어져 혼자 사는 경우는 22.5%로 자녀와 별거하는 노인이 전체의
53.1%에 달했다.

이같은 노인단독 가구 비율은 지난 75년의 7.0%, 81년 19.8%, 90년의
23.8%, 94년의 41.0%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노인들의 이같이 기혼자녀와 따로 살기를 원하는 것은 대다수의 가정에서
주부들이 가사결정.재산관리.자녀교육 등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웃어른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별거가 마음 편하다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볼때 홀로 사는 노인 비율은 대도시에서 15.2%인데 비해
농어촌은 28.4%로 높게 나타났다.

또 대도시의 경우 부부끼리만 사는 노인비율 27.8%를 합쳐 노인 단독
가구는 43.0%이나 농어촌지역은 68.1%가 자식들과 떨어져 살고 있다.

도시보다 시골의 노인 단독가구가 훨씬 많은 것은 사회가 산업화되면서
자녀들이 도시.공장으로 직장을 얻어 고향을 떠나지만 노인들은 삶의 터전인
고향을 등지지 않으려는 현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관련 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소장은 "20~30년뒤 노인이 될 청장년을
위한 연금 등 사회보장정책이 준비되면서 과거 빈곤을 벗어나기위해 열심히
일했던 현재 노인을 위한 복지정책은 대단히 미흡하다"면서 "현재 노인들이
합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령연금제도의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용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