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이후 중소기업의 연쇄부도가 이어지면서 상호신용금고들이 심각한
신용대출 후유증을 겪고 있다.

4일 금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부도난 한국IPC의 어음을 할인했던
제일 한솔금고 등 일부 금고들은 어음을 배서한 멀티그램마저 부도를 내자
수십억원대의 손해를 입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일금고와 한솔금고가 10억원대 이상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금고는 멀티그램을 두원그룹의 계열사로 알고 담보없이 어음을 할인
했다가 거액을 떼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사조금고 등 일부 금고들은 지난해말 사채시장에 1백억~2백억원에
이르는 한국IPC의 융통어음이 돌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한국IPC 부도
직전에 어음을 만기상환시켰다.

이밖에 상당수의 금고가 지난 2일 부도난 마이크로코리아에도 10억원이상
물려 있고 다른 부도업체들의 융통어음까지 합할 경우 1백억원 이상을 물린
금고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대형금고들이 최근 여수신계수를 무리하게 신장
시키는 과정에서 철저한 대출심사없이 부실한 여신거래처에도 선뜻 신용
대출을 해주다가 엄청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며 "금고업계가 어렵게
확대해온 신용대출이 자칫 금고의 부실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 정한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