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일 오전 전.현직 은행장들을 전격 소환한데 이어 관련 정치인들의
혐의에 대한 법률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자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는
하루종일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검중수부는 은행장을 소환한데 이어 정치자금법에 대한 상세한 검토
작업에 착수해 정치인 소환도 임박했음을 시사.

검찰 관계자는 "최병국 중수부장이 3일 대검 공안기획관을 만났다"며
"정치자금법은 공안쪽이 전문가 아니냐"고 반문해 검찰이 일부 정치인에
대한 비리혐의를 확인했음을 간접 시인.

<>.최부장은 이날 오전 10시15분쯤 기자 브리핑을 갖고 은행장 소환사실을
발표.

최부장은 은행장들의 소환을 알리면서도 "이들 모두가 피의자가 될지
단순히 참고인으로 그칠지는 수사를 해봐야 알 것"이라며 연막을 치는 모습.

최부장은 이에앞서 오전 9시께 박상길 중수2과장과 최명선 대검차장방에
들러 10여분간 구수회의를 가진 뒤 김기수 총장방으로 옮겨 장시간 회의를
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 검찰청 내에서 "뭔가 있다"는 느낌을 암시.

<>.검찰은 소환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대검청사 현관에 모여있던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은행장들을 지하통로로 빼돌려 "검찰이 은행장이라는 공인을
소환하면서 이들을 감싸고 돈다"는 비난을 받기도.

<>.은행장을 소환했다는 소식이 검찰보다 청와대쪽에서 먼저 흘러나온 것
같다는 얘기가 돌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청와대와 검찰간의 철저한
협조아래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청와대 조율설"이 대두.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은행장 세명이 4일 소환될 것이란 얘기가 3일 저녁
부터 청와대 주변에서 흘러나왔다는 것.

그러나 검찰측은 이를 밤새 부인하다가 이날 오전 은행장들이 검찰청에
들어온 다음에야 소환사실을 공식 확인.

검찰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사건초기 검찰의 속전속결 방침도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결국 이번사건의 수사 지휘봉은
청와대에서 잡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촌평.

<>.최부장은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이 은행장 소환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일체 언급을 회피하며 언론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

최부장은 아예 기자들과 접촉을 피하려는 듯 비상계단을 이용해 사무실로
올라가 질문을 원천봉쇄하기도.

< 윤성민.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