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보아온 선생님의 만화.

감히 왈가왈부하는 것에 우선 부끄러움을 느낀다.

신문을 펼보기전에 오늘은 어떤 소갈머리 없는 짓을 한 사람이 선생님의
펜끝에 걸렸을까 궁금해 하며 만화를 본다.

선생님의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는 다들 구수하게 생겼다.

악한 사람을 그려도 별로 악해 보이지 않는다.

아마 선생님의 성격과 무관치 않으리라 본다.

처음 선생님을 뵈었을 때는 어는 회사의 중역쯤 되시나 싶었다.

대선배님이신데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늘 따뜻하게 대해 줘 많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다.

어릴 때 선생님의 그림체와 펜선을 따라해보려고 해봤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다.

아마 오랜 경륜에서 흘러나오는 펜선이기 때문이리라.

요즘 시사 만화계에는 젊은 작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패기와 나름대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선생님같은 분들의, 우리가 미쳐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에 늘
감탄하곤 한다.

선생님은 오늘도 아마 새벽 일직 나오셨으리라 생각된다.

소갈머리 없는 짓하는 사람들을 펜 끝에 걸리게 하기 위해서.....

"소오갈선생"의 2천회를 진심을 축하드리며 후배들을 경탄케하는 걸작을
계속 기다려 본다.

조기영 < 서울신문 화백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