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모든 정보통신인을 대신해 이 상을 받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일 과학기자클럽이 주관하는 "올해(96년)의 과학자상"을 수상한
한국과학기술원 전길남교수(54)의 수상소감은 짤막했다.

우리나라의 정보화물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온 일선
정보통신인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올해의 과학자상은 바로 그들
모두의 몫이라는 것.

전교수는 그러나 우리사회의 정보화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소문난 "숨은 일꾼"이다.

지난 79년 해외과학자유치계획에 따라 귀국한 전교수는 우리나라
첫 컴퓨터개발계획인 "국산주전산기프로젝트"를 맡아 중형컴퓨터를
개발해냈다.

82년에는 구미의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를 인터넷으로 이어 처음으로
인터넷세상을 선보였다.

또 지난 한해동안 아시아 미주 유럽등세계각지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정보를 교환한 세계최초의 사이버박람회인 인터넷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등 인터넷열풍과 함께 일반인들의 정보화의식을드높이는 역할을
해온 것.

전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넷 대부"로 정보산업계의 쟁쟁한 인재를
육성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아이네트기술의 허진호사장,
솔빛조선미디어의 박현제사장과 정철 전휴먼컴퓨터사장등이그의 수제자들
이다.

전교수는 요즘 제2의 인터넷망이라고 할 수 있는 아태선도정보통신망
(APAN)구축프로젝트를 추진하느라 여념이 없다.

APAN은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캐나다를 45~1백55Mbps의 속도로 연결하는
초고속 연구전용 네트워크.

오는 6월말까지 참여국 사이에 국제컨소시엄이 발족되고 올해말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APAN이 가동되면 참여국간 원격진단 화상회의등이 가능해지며 교육 농업
환경 기상분야에 대한 공동연구도 활성화될수 있을 것입니다"

전교수는 "APAN이 정상가동되면 곧바로 상용화될 것"이라며 "이 통신망을
최대한 활용해 세계각국의 자원을 우리것으로 소화할수 있도록 기술인력과
연구능력을 끌어올리는데 힘을 모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