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 선경증권 이사 >

필자가 처음 채권을 배우게 된 것은 건설주 파동으로 주식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던 1979년으로 기억된다.

주가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재산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고민하던중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채권을 고객에게 권유하면 주가하락시 좋은 투자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1979년 10월 주식투자로 손실을 본 한 투자자에게 회사채를 시장수익률
28.5%로 5천만원을 매입하여 주었다.

그런데 이듬해인 1980년 봄에 회사채 발행수익률이 30%로 조정되었고
(그 당시 1년만기정기예금 금리는 2.4%) 회사채 시장수익률은 33%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28.50%에 매입한 채권을 33%시장 수익률로 평가해본후 엄청난
고뇌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3개월 반이 경과한 후의 평가금액은 경과이자는 고사하고 매입
금액에도 못미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 시점에서 채권을 매각하겠다고 하면 투자원본도 일부 손해를
봐야하니 큰 낭패가 아닐수 없었다.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되면 투자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은행예금도 마찬가지다.

채권투자의 위험은 크게 2가지로 나눌수 있다.

그중 하나는 채권시장의 수익률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기인한
체계적 위험(시장위험)을 들수 있는데, 이 요인들로는 오일쇼크, 정치적 불안
과 같은 정치 경제 사회적 변동 등이 열거될수 있다.

이와같은 체계적 위험은 채권의 분산투자에 의하여는 회피되기 어려우며,
단지 만기 구조의 분산에 의하여만 감소시킬수 있다.

또 하나의 위험은 시장 전체에 공통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아닌 채권 고유의
속성(발행자의 원리금 지급능력 등)에 기인하는 비체계적 위험을 들수 있는데
이는 분산투자를 통하여도 줄일수 있다.

79년도의 발행회사채들이 대부분 금융기관 보증채권이었음을 감안할때, 당시
필자가 채권투자를 권유한후 수익률 상승으로 당황한 것은 시장전체 수익률의
변동이 수반되는 체계적 위험에 대한 대처방안을 강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