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잇달아 발표된 정부의 국제수지개선대책은 그 내용이나 실효성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

환경변화에 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정책 발상과 행정편의주의적 규제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책의 빈곤을 탓하지 않을수 없다.

어제 열린 국제수지대책 차관회의에서 나온 유학 관리방안만 해도 그렇다.

규정에 어긋나는 유학생에 대한 송금을 차단하고 세제상 혜택도 없애
조기편법유학을 억제키로 했다.

무분별한 유학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이런 식으로
규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국제화 세계화를 강조하면서 해외유학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그렇고,
국내에서 외국어 과외하는 비용이 해외유학보다 더 많은 돈이 든다면
어느것이 더 효과적인가도 따져 볼 일이다.

연2회이상 골프채를 휴대하고 출국하는 사람들도 국세청에 통보해
탈세여부 등을 따지기로 한것도 만찬가지다.

개인의 여가생활에 대한 간섭은 차치 하고라도 자기채를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채를 빌려야 하기 때문에 돈은 더 많이든다.

외화낭비를 줄이기보다 조장할 수도 있는 대책이다.

얼마전 대기업그룹들이 소비재수입을 않겠다고 앞다퉈 발표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정책기류에 편승한 것임에 틀림 없다.

현대 삼성 대우등 종합상사들은 올해 1백억달러이상의 무역흑자를
내겠다는 계획도 세워 정책당국에 제시했다고 한다.

최대과제인 국제수기 적자개선을 위해 대기업들이 앞장서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행여 숫자놀음에 그치지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대기업이 수입하지 않으면 소비재는 수입되지 않을 것인가, 대기업들만
흑자내면 적자는 개선되는 것인가.

그렇지않다.

필요한 상품, 값싼 물건은 들어오게 돼있다.

오히려 수입비용만 늘어날 소지도 크다.

눈가리고 아웅식이다.

관세청은 원산지표시나 관세포탈 등을 알아보기 위해 백화점등
유통현장을 조사하기로 했다.

유통이 안되도록 하는데 일시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대책은 아니다.

자칫 통상마찰을 일으킬 소지마저 있다.

세무조사는 만능대책이다.

과소비억제는 물론이고 부동산투기나 물가안정등 안써먹는 곳이 없다.

물론 지난해 소비재수입 증가율이 36%를 넘어선 것을 보면 과소비가
큰 걱정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좋다는
것은 곤란하다.

또 정책의 실효성은 국내외 경제여건이나 국민생활의 행태, 가치기준
등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게 돼있다.

더구나 경제정책의 효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득과 실을
따져보아야 한다.

툭하면 규제하고 조사하고 금지시키는 단세포적 발상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할수 없다.

당장의 가시적 성과만을 생각해 임기응변적 대응이나 행정편의주의적
정책발상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되새기고 시대변화에
걸맞는 정책개발노력에 더욱 힘써주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