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다.
한보그룹 정태수총회장이 돈을 줬다고 진술한 거물 정치인과 전.현직
고위관료들이 줄줄이 검찰청 문턱을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략 40명선으로 알려진 정.관계 고위인사들에 대한 소환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9일 정태수총회장에 대한 기소시점에 맞춰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서는 남은 2주간에 관련자 조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4일과 6일 각각 3명의 전.현직 은행장을 무더기 소환했듯
검찰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일단 소환조사에 착수하면 하루에도
몇명씩 불러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설연휴는 거물급에 대한 사건 준비기간이 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오늘(6일) 나머지 3명의 은행장들도 추가로 소환함으로써
금융권에 대한 조사는 일단 마무리된 것으로 보면 된다"며 "따라서 은행
비리와 한보 내부비리를 전담하고 있는 중수 1,2과 수사팀들도 정관계
수사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선상에 오른 정관계 인사들중 우선 사법처리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부터 소환할 계획이다.
은행대출에 관련된 재정경제원과 은행감독원, 당진제철소 건립 인허가에
연루된 통상산업부와 건설교통부, 이들 업무를 관장하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전.현직 관료등 10여명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의 경우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 밝혀지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직무
관련성이 입증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은 이미 경제부처의 한 전직장관과 청와대 근무경력을 가진 여권
의원이 정총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재경위와 통산위 소속 여.야 의원들도 금품수수와 대가성 여부를
규명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재무위와 상공위를 포함해 관련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14,15대를 합쳐
91명에 달한다.
검찰은 정총회장의 진술과 국회 속기록등을 통해 이중 10여명이 추석이나
설때마다 "떡값" 명목으로 수천만원씩 정기적으로 챙긴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경우에는 돈을 받고 비리를 눈감아
줬으면 특가법상 뇌물, 지난 95년 박은태의원처럼 상임위에서 문제삼겠다고
압력을 넣고 돈을 받았으면 공갈죄까지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음은 홍인길.권노갑의원처럼 일견 의정활동에서 한보측과 뚜렷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인사들.
검찰이 작성한 명단중 이 케이스에 속하는 의원들은 20여명으로 "내로라"
하는 정객 몇명이 이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언론에 일찌감치 노출된 홍.권의원은 설 직후 곧바로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내주초 이 두의원을 소환해 정총회장과의 대질신문등을 통해 뇌물
혐의를 추궁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이 은행장들에게 입김을 불어 넣어 한보측에 대출을 도와줬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이 부류에 속하는 나머지 의원들에게서도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다.
검찰 수사의 궁극적 목적이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벗겨내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처리에 있는 만큼 금품수수와 범죄혐의를 연결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은감원 자료를 분석하고 계좌추적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에 대해선 검찰로서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게다가 검찰의 화살이 여권의 대선주자와 같은 실력자들까지도 겨냥하고
있는지도 아직은 단정지을 수 없다.
물론 "성역없는 수사"를 거듭 천명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수사의 영역
보다는 정치적인 영역에 가까워서다.
이렇게 볼 때 내주는 검찰과 정치권의 이번 사건 해법을 분명하게 엿볼 수
있는 시기가 될 듯하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