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석탄업계가 아시아시장 공략에 나섰다.

석탄산업에 지난 20년간 붙었던 "사양산업"이란 꼬리표를 떼내고 고수익
업종임을 과시할 태세다.

석탄은 석유에 주에너지지위를 내줬지만 세계상용에너지의 4분의1을 차지
하는 필수적인 에너지다.

특히 석유보다 저렴한 가격때문에 개발을 추진중인 아시아지역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굴지의 광산업체들은 아시아공략을 위해 호주의 탄광인수에 대거 몰리고
있다.

호주는 세계 최대의 고품위석탄수출국으로 경제성 높은 탄광들이 많다.

아시아진출에 용이한 지리적 잇점도 갖췄다.

남아공의 광산업체 잉그웨사와 ISCOR사, 미국의 피보디사 및
사이프러스애맥스사 등은 지난해 호주에서 탄광을 매수했다.

영국 RJB광산도 최근 탄광을 사들였다.

이들에 탄광을 매각한 호주의 한 광산업자는 "상당한 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90년대초 모빌, BP등 석유메이저들이 보유중이던 탄광을 대거 매각
했던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아시아시장이 조만간 최대 석탄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실제로 아시아의 석탄소비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5.5%씩 증가했다.

개발가속화에 따른 화력발전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제철업계의 수요도 늘었다.

중국에는 서성을 중심으로 내륙북부지역에 대규모 탄광이 즐비하다.

하지만 석탄수요는 남부지역에서 급증하는 추세다.

인프라미비로 육로로 북부의 석탄을 남부로 운송하기가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오는 2000년께 석탄 5천만t을 수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대만도 국내부존자원 부족으로 수입을 늘릴 것으로
내다본다.

동남아에서도 발전용 석탄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로얄더치셸사는 국제간 석탄교역량이 앞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매년
7%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예상들이 맞다면 공급과잉에 허덕이는 석탄업계에 활기를 몰아올
것임에 틀림없다.

석유의 가채매장량은 43년에 불과하지만 석탄매장량은 2백30년이다.

석유는 중동에 집중돼 있다.

반면 석탄은 각 대륙에 골고루 매장돼 있어 생산량의 90%가 내수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교역량감소로 이어져 업계의 수익감소를 가져 왔다.

영국 컨설턴트업체 세리스사에 따르면 지난 94년 세계 40개 석탄업체의
총자산수익률(ROA)은 7.7%였다.

10년전인 지난 84년(9.7%)에 비해 채산성이 악화됐다.

광산업체들은 그러나 "아시아특수"로 수익이 호전될 것으로 낙관한다.

문제는 굴지의 광산업체들이 호주에 집결한 점이다.

또 유럽에 물량을 제공해 온 남아공마저 수출물량을 아시아로 돌릴 계획
이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선 경영합리화로 "저비용"을 실현하는 업체들만 떼돈을 벌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일부 광산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생산성향상을 구현했다.

컴퓨터제어 및 레이저유도 채굴장비들을 도입했다.

이로써 지난 93년과 94년중 주요 43개 석탄업체에서 11만2천명(6%)의
광부가 감원됐다.

새로운 마케팅방식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남아공의 광산업체 RTZ-CRA사는 아시아의 화력발전프로젝트발주업체와
석탄직거래 계약을 추진중이다.

장기거래선을 확보하고 가격변동위험에서도 벗어나자는 취지다.

석탄이 여전히 상업성있는 자원이란 사실을 증명할 그날이 가까워졌다.

<유재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