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하루가 달리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외골수를 찾기 힘들다.

열병처럼 번지곤 하는 유행을 따르지 않다가는 "촌사람"이란 핀잔을 듣기
일쑤다.

연구활동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유행되는 연구과제라면 자신의 주전공분야에서 다소 벗어난 것일지라도
일단 벌여 놓고 보는 풍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분야에서는 3년마다 한번씩 논문패턴이 완전히 뒤바뀔 정도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쌓일게 없다.

선진국과 엇비슷한 시기에 착수한 연구분야도 내내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하나로센터의 변명우박사(43)는 이런 면에서 보면
별종축에 낀다.

그는 지난 80년 원자력연구소에 발을 내디딘 이래 "방사선을 이용한
식품공학기술개발"에만 매달려 왔다.

일본 교토대가 생긴이후 가장 빠른 2년반만에 박사학위(식품공학)를 따낸
독기하나로 연구외적인 요인에 휩쓸림없이 이분야의 대가를 향해 왔다.

그는 원자력이용연구가 발전쪽으로 치우치기 시작했던 입사이후부터
방사선조사를 통한 식품안전성및 방사선 조사기술의 실용성제고에 주력했다.

방사선조사 가능식품군과 조사량등에 대한 기준을 87년 처음으로 식품공전
에 명기하게 되기까지 그가 흘린 땀은 남달랐다.

최근에는 방사선을 이용해 옥수수전분을 환경공해없이 많이 추출, 섬유나
종이를 경쟁력있게 만들도록 기여했고 한방약재의 유효성분을 위생적으로
다량 뽑아낼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동안 정기휴가조차 한차례도 쓰지 못하고 남보다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
하며 틈틈이 써낸 논문도 1백30여편.

이 분야의 어떤 동년배도 따라올수 없을 정도로 토해냈다.

그는 이제 더욱 바빠졌다.

새로 마련된 원자력연구개발 중장기계획에 의해 비발전분야에 대한 연구
투자규모가 커진 만큼 그가 주도적으로 해내야할 일 또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에게 떨어진 연구과제의 큰 줄거리는 첫째 방사선조사방법을 통한
식품위생화및 장기저장기술의 고도화, 둘째 방사선조사식품의 안전성평가,
셋째 의약품및 화장품등 공중보건 관련산물의 위생화기술, 넷째 방사선조사
식품의 검지및 검역관리기술개발등.

특히 네번째 과제는 식품에 얼마만큼의 방사선이 쪼여졌는지를 알아내는
전혀 새로운 기술을 확립하는 것으로 식품류의 수입확대추세와 맞물려 국민
보건을 지키는 방패막이로서 그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때에 따라 변하게 마련인 연구외적인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연구원이라
말할수도 없겠지요. 목표를 정했으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는 자세만이 마지막 성공을 보장해줄 것입니다"

젊은 연구원들의 대학선호바람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는
"연구소의 연구분위기는 연구원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