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여대 3학년 송모양은 설연휴동안 끈덕지게 부모님을 설득해 끝내
목적을 달성했다.

한달동안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와도 좋다는 승낙을 어렵사리 얻어낸것.

친구들이 모두 해외연수를 다녀왔는데 자신만 빠져 창피하다면서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운게 부모님의 반대를 꺾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이처럼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 해외어학연수바람은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연수의 필요성이나 경제적 형편을 생각하는 것은 다음 단계다.

우선 갔다오고 보자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다.

취직도 안되고 하니 연수나 다녀오자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무역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경기마저 침체돼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지금도 한달 비용 2백만~3백만원이나 드는 대학생
해외연수바람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학가에선 해외어학연수 무경험자는 "팔불출"로 통할 정도.

그뿐 아니라 초등학생 중학생까지 앞다퉈 해외어학연수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생 해외어학연수는 크게 장기와 단기로 나뉜다.

장기는 휴학한뒤 6개월이나 1년간 외국 대학에서 어학연수과정을
수강하는 것이고 단기는 방학중 2~3개월 연수받고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이화여대의 경우 해외어학연수를 이유로 휴학한 학생이 95년 2학기
4백68명에서 지난해 1학기에 6백39명으로 늘었고 2학기에는 약 1천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외어학연수바람이 거세지면서 연수대상국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해외어학연수라면 으레 미국을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필리핀 등이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연수대상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이 어학연수과정을 개설해놓고 한국 학생들을
끌어들이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주한 호주대사관에 근무하는 양해근씨는 "학생비자를 받아 호주를 방문한
대학생이 95년엔 6천명이던 것이 작년에는 9천5백명으로 55%나 늘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해외어학연수에 대해 한결같이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특히 취직시험에 대비해 영어를 배우겠다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러나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김명식부장은 "어느 기업에서든 해외어학연수
자체가 채용시험때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인재계발연구소 김병구 실장도 "대기업의 경우 어학실력을 재는
잣대는 토익점수"라고 단정하고 "중견그룹이나 중소기업에서 서류전형때
해외연수 경험이 다소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취업지도실 표경희실장은 "상당수 대학생들이 허영심에 사로
잡혀 해외로 나가는 것 같다"면서 "그저 외국에 나가기만 하면 어학실력이
부쩍 늘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이나 부모의 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