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저쪽엔/별똥이 많겠지/밤마다 서너 개씩/떨어졌으니/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여름내 은하수가/흘러갔으니" (산 너머 저쪽)

소설가 이문구씨(56)가 동시집 "이상한 아빠" (솔 간)를 펴냈다.

88년부터 95년까지 쓴 시 1백50여편을 2권에 나눠 싣고 컬러 삽화를
(그림 윤동원) 곁들인 것.

그는 걸쭉한 입담과 해학적 문체로 전통적 삶의 가치를 끊임없이
탐색해온 작가.

이번 시집에서는 어린 시절의 고향풍경과 맑은 동심의 세계를 따뜻하게
펼쳐보인다.

그의 시들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잃어버린
동심과 고향의 향기를 되찾게 해주는 "마음의 거울".

"한계령"을 비롯한 여행시와 "먼길 차소리/베개하고/공원에서 조는/
갈꽃같은 노인/굽은 채 누운/외딴 그림자"같은 시는 짧으면서도 깊은
사유의 공간을 느끼게 한다.

요즘 아이들은 "꽁보리밥도 귀할 땐 꿀맛이었다"는 얘기를 별로
실감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빠는 참 이상도 해/매일매일 대하는 밥상에서도/쌀밥보다는
콩밥을/콩밥보다는 보리밥을/내가 싫어하는 것은 모두 좋아해"라며
갸웃거린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씀바귀와 풋고추를 통해 "꽁보리밥이 귀한 이유"를
알고, 아빠의 어깨너머에서 "쓰고 짜고 매운 것도 맛"이라는 진리를
배운다.

2권 중간쯤까지 읽다보면 낯익은 동네 골목길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전봇대를 보고도 개구장이 친구를 떠올린다.

"우리 동네 개구장이는/전봇대구나/키는 제일 큰데/발가벗고/바람만
불어도/우는 울보/두 손 높이 들고/매일 벌선다" (전봇대)

문학평론가 유종호씨는 "그의 시에는 동시에서 가장 중요한 리듬감이
생동하고 있어 우리들의 가난했던 고향이 "경이와 조화로 충일한 세계"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게된다"고 평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