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11일자) 총체적 불신 극복 화급하다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보사태가 터진 후 더욱 두드러진 사회풍조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불신의 만연이다.

    나나 내 가족 아니면, 더욱이나 공직자라면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풍토야말로 사회성립의 근본을 흔드는 총체적 불신으로 모자람이 없다.

    나아가 불신풍조에는 자소와 무력감이 따르게 마련이어서 이를 효과적으로
    최단시일 안에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 땅의 정치발전 경제회복은 커녕
    사회건전화를 바라기 힘들게 사태는 내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 사태의 전례없는 특징은 한보특혜에 관한 한 어떤 사람의 말도 믿을
    수 없게끔 나라 전체를 천박하고 왜소하게 몰고가고 있는 점이다.

    처음 며칠 각당 대표들은 거품을 물고 이쪽은 아무 잘못 없고 저편만
    비리 덩어리란 식으로 완강한 태도를 보였었다.

    하지만 주변이 하나하나 무너지면서 슬며시 꽁무니를 빼는 느낌을
    확산시켜 가고 있다.

    결정판은 95년6월에 있었던 당진 한보제철소 1단계준공식 대통령 참석
    건의를 둘러싼 당로자간의 불협화다.

    대통령 참석을 수차 건의한 것은 당시 주무장관이었다는 문제 제기에
    당사자의 부인, 경제수석이었다는 반론이 장-차관급 현-전직의 입에서
    꼴사납게 몇차례 오갔다.

    쟁점이 어떤 사안에 대한 견해표명이라면 맞설수 있다.

    그러나 불과 1년여전에 문서건 구두로건 그런 건의를 했느냐 안했느냐
    하는 순전한 사실문제일 진대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이런
    승강이란 국민을 얕보는 농간으로 밖에 볼수 없다.

    여기 겹친 것이 9일자로 보도된 대통령 발언 내용이다.

    "당시 장관이 몇 차례나 참석을 건의했으나 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준공식에 가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지난 5일 청와대 오찬시 언급이 늦게 전문됐다는 설명이다.

    정확하다면 발언 앞부분으로 당시 통산장관의 부인 해명은 거짓이란
    혐의가 짙다.

    더구나 "불참이 결과적으로 다행이었다"는 뒷부분은 얽히고 설킨
    한보문제의 비단순성을 오히려 높인다.

    다시 말해 뭐라 해도 국민신뢰의 최후보루는 대통령일진대 그의
    한보사건 언명에 추호라도 수동성 내지 불철저성이 비친다면 이는
    국민의 공직자에 대한 불신감을 덜기 보다 더해줄 우려가 없지 않은
    것이다.

    이 땅에 정치불신, 나이가 총체적 부패가 총체적 불신으로 까지
    상승하는 근본원인을 구명하기란 그리 단순치 않다.

    그러나 쉽게 사람의 말, 특히 공직자의 말이 그대로 지켜지는 데서
    신뢰가 축적된다는 점에 아무 이견이 없다.

    갈수록 중요위치에 있는 공무원이나 공직자들의 공언들이, 특히
    득표 정치자금 떡값에 팔려 점점 쉽게 팽개쳐지는 현실을 들여다
    볼때 신뢰가 없는 문화권 한국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F 후쿠야마의
    지적이 정곡을 찌르지 않나 두렵다.

    정치인 정당 국회 정부가 정직을 바탕으로 신뢰풍토 조성에 당장
    앞장서라.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

    ADVERTISEMENT

    1. 1

      [시론] 고위험 금융상품 늪, '넛지'가 해법

      금융감독원이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은행권에 조 단위의 천문학적 과징금을 예고했다. 사실 이 비극은 처음이 아니다. 지독한 기시감(Déjà Vu)이다. 2011년 불거진 파생결합증권(DLS) 논란부터 2019년 대규모 원금 손실을 빚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까지, 고위험 상품의 불완전판매 이슈는 이름만 바꾼 채 도돌이표처럼 반복돼 왔다. 그때마다 금융당국은 강력한 제재를 가했고 은행은 쇄신을 약속했지만, 수익 추구라는 본능 앞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지난해 11월 13일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도 이 지점을 꼬집었다. 금감원장이 지적했듯, 이번 ELS 사태의 본질 역시 금융권의 단기 성과를 위한 ‘밀어내기식 영업’에 있다. 수익성에 눈먼 금융사들이 위험 관리는 뒷전으로 미루고, 고위험 상품을 마치 안전한 예금인 양 소비자에게 밀어낸 것이다. 반복되는 금융사고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이런 맥락에서 토론회에서 제시된 해법은 주목할 만하다. 바로 규제의 칼날(과징금)과 함께 행동경제학의 부드러운 개입, 즉 ‘넛지(Nudge)’를 병행하자는 것이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뜻처럼 강요나 금지 대신 선택의 설계를 부드럽게 바꿔 사람들이 스스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기법이다. 서울대 연구진이 발표한 활용 방안은 이런 넛지를 통해 금융소비자가 마주하는 ‘선택의 환경’을 재설계함으로써 불완전판매를 예방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기존 금융상품 설명서는 깨알 같은 글씨로 수익과 위험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서울대 연구진

    2. 2

      [천자칼럼] 美 의원의 다정한 '누나' 호칭

      지난해 이스라엘 항구 도시 하이파에서 여학생들과 마주친 적이 있다. 우리 일행이 한국인임을 안 그들은 반가워하면서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했다. 한 학생이 사진을 찍으면서 한 말은 ‘원, 투, 쓰리’가 아니라 ‘하나, 둘, 셋’, 우리를 부르는 말은 ‘한국 아저씨들’이었다.이스라엘 학생들 입에서 ‘아저씨’라는 말이 너무도 쉽게 나오는 것은 넷플릭스에서 최고의 한국 드라마 중 하나로 꼽히는 ‘나의 아저씨’ 영향이다. ‘국뽕’과 별개로 그들이 아저씨 호칭의 다중다의한 의미를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든다. ‘아저씨뻘’이라고 할 때처럼 친족 용어도 되고, 낯선 성인 남성을 부르는 통칭도 된다. ‘나의 아저씨’나 ‘키다리 아저씨’처럼 친근감을 주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한국어 호칭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뉘앙스를 가진 말도 찾기 힘들다. 영어에선 남자 형제는 ‘브러더’, 여자 자매는 ‘시스터’로 묶어 부르지만, 우리는 성별 상하에 따라 형·언니·동생·오빠·누나로 참 다양하다. 심지어 같은 동양 문화권인 일본도 형·오빠는 ‘오니상’, 언니·누나는 ‘오네상’으로 나뉜다. 가족 호칭이 연인 사이에도 쓰이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은 더 혼란을 느낀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일본에 처음 소개됐을 때 한석규가 여자 후배와 오랜만에 재회한 장면에서 후배가 한석규를 ‘오빠’라고 부른다. 일본어 자막은 ‘오니상’으로 나왔는데, 일본 관객에게는 자칫 둘이 친남매 간이라는 혼돈을 줄 수 있다. ‘센바이(

    3. 3

      [사설] 韓·日 협력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 일본 가는 李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내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취임 후 두 번째 방일이다.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 담판을 위한 워싱턴DC 방문에 앞서 도쿄를 먼저 찾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했고, 이번이 두 번째다. 이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성공적이었던 첫 만남 이상으로 좋은 분위기의 회담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한·일 관계가 수교 이래 최악의 관계로 치달았던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하지만 이제는 셔틀 외교가 복원될 정도로 양국 관계가 완연한 화해 무드다. 당초 우려와 달리 야당 시절 강경한 반일(反日) 발언을 거듭했던 이 대통령도, 강경 우파의 대표주자였던 다카이치 총리도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용외교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한·일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는 ‘한·일 미들파워 연대의 중요성’이라는 칼럼이 실렸다. 트럼프나 시진핑의 ‘G2 세계관’ 아래서는 한국과 일본 같은 ‘미들파워’는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으니 양국이 긴밀한 관계 구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일본 내각부가 그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동맹국인 미국 외 다른 국가와의 방위 협력이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73.3%였다. 이들 중 협력 대상국으로 한국을 꼽은 비율이 57.1%로 1위를 차지했다.그린란드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는 트럼프는 대만에 대해서도 &ldq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