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쌍용그룹이 쌍용자동차의 인수-매각 대신 전략적 제휴라는
또다른 방식을 추진하게 된 것은 일단 인수-매각에 수반되는 걸림돌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은 3조7천억원에 이르는 쌍용의 부채를 떠안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인데다 만일 정부가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준다해도 특혜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 최종적으로 인수는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경춘 삼성자동차 부회장이 "자동차문화연구소 설립"이라는 비교적
비중이 낮은 기자간담회에 직접 나와 허공에 "x"표까지 그어가며 삼성의
쌍용인수를 적극 부인한 것이 이 시점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인수협상을 포기했다해도 쌍용자동차의 장점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좋은 조건에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겠지만 걸림돌을
뛰어넘을 수 없는 지금 전략적 제휴라는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쌍용그룹으로서도 쌍용자동차의 문제 해결에 방식으로 전략적 제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쌍용그룹은 그동안 쌍용자동차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정부에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불가"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쌍용은 그동안 자구책 마련에 골몰해 왔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자신의 장점을 삼성에 넘겨주는 댓가로 경영난 해소의 관건을
삼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따라서 삼성-쌍용의 제휴는 자동차사업 전반의 상호보완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동차 부회장을 맡았던 이필곤 삼성그룹 중국본사 회장의 지적대로
부품공급분야와 제품생산 판매 애프터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은 승용차사업에 신규진입하면서 정부에 기존업체의 인력과
협력업체를 절대로 건드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했던 터여서 이부분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협력업체망 구축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 중형승용차 1차 협력사로
뽑은 88개 업체중 절반이상이 자동차와 전혀 관계가 없는 무관한 업체다.

따라서 2,3차 협력업체 선정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앞으로 승용차
사업의 범위를 넓힐 경우 이 문제가 계속 골치거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판매망 구축 작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이 쌍용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 쌍용의 5백여개 협력업체와 전국
1백50개 판매망을 거저 얻는 것이다.

물론 댓가는 필요하겠지만 신규로 개척해야 하는 노력에 비하면
별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문제는 삼성과 쌍용의 제휴가 어떤 선까지 가느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이필곤회장은 미국 GM의 예를 들면서 독립사업부(Division)
형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업체들은 수많은 업체가 GM 포드 크라이슬러 3개사로 합쳐지면서
아직 시보레 폰티악 등 디비전 형태의 경영이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이회장의 설명은 "한지붕 두가족" 형태의 경영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삼성의 쌍용차에 대한 자본참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수
없다.

진전되는 상황에 따라 합병까지도 불가능한게 아니라는 관측이기도 하다.

바로 그런점에서 삼성과 쌍용의 전략적 제휴는 제휴자체의 성과에
못지않게 관련업계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