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타 바람이 극장과 서점을 동시에 휩쓸고 있다.

설날 개봉된 뮤지컬영화 "에비타"가 연휴 사흘동안 6만4천명 (서울
개봉관)의 관객을 모은 가운데 이보다 먼저 나온 소설 "산타 에비타"
(전 2권 자작나무 간)도 출간 2주일만에 2만1천여권이나 팔린 것.

영화 개봉에 맞춰 소설을 출간하는 일은 흔히 있었지만, 소설의 열기가
영화를 밀어 올리며 동반상승으로 이어진 경우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게다가 영화줄거리를 그대로 옮기기 일쑤였던 그간의 영상소설들과 달리
이번 소설은 영화와 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국내에서의 에비타 열풍은 지난해 말부터 전세계적으로 일기 시작한
에비타룩과 음반 서적등 이른바 "에비타 신드롬"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에비타"가 뮤지컬.코미디부문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주제가상 등 3관왕을 차지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의 성녀로 추앙받는 에바 페론.

삼류 나이트클럽 댄서에서 퍼스트 레이디로 우뚝 솟았다가 33세에
암으로 요절한 여인.

영화가 그녀의 일대기를 연대순으로 엮었다면 소설은 그녀의 박제된
시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와 권력암투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렸다.

지금껏 알려진 에비타 신화를 뛰어넘어 그녀의 시신을 숭배하는 사람과
증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르헨티나 전체가 어떻게 광기에 휩싸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

페론정부를 쿠데타로 몰아낸 군부세력이 제일 먼저 한 일도 죽은뒤에까지
민중들의 열렬한 추앙을 받는 에비타의 시신을 국외로 빼돌리는 일이었다.

소설은 그들에 의해 이탈리아의 어느 묘지에 가명으로 묻혔다가 다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장되기까지 "죽은 에비타"의 파란만장한 운명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소설 페론"을 썼던 아르헨티나 소설가 토마스 엘로이 마르티네즈.

그는 관련 인물들의 증언을 일일이 확인하고 이를 재구성해 신화뒤에
가려진 역사의 진실을 들춰내 보여준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