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정보통신기기의 발달은 개인의 시야와 활동영역을
무한히 확장시키고 있다.

동시에 국가와 지역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전지구가 변화를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 사회적 인프라의 구축이 기술의
발달을 쫓아가고 있지 못하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세계적 전략컨설팅전문가로서 미래사회에 대한 탁월한
전망을 가진 오마에겐이치박사를 초청, 서강대 경영대학원의 노부호교수와의
대담자리를 마련해 그가 말레이시아에서 추진중인 사이버국가프로젝트와
그가 제시하는 정보화사회의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노교수 = 요즈음 세계는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말씀해주시죠.


<>오마에 = 우리는 디지털사회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기초적인 법률이 거기에 맞게 바꿔지지 않으면 이러한
변화추세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물론 각국가의 기본적인 법들이 바뀌려면 강력한 정치적 리더쉽이
필요합니다.

요즈음 진행되고 있는 법들은 산업사회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고 정보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들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노교수 =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얘기하는 겁니까.

경제관련법을 의미합니까.

<>오마에 = 모든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정보화사회에서는 디지털사인(sign)같은 것들이 법률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잘 인식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사이버국가프로젝트에서 이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있지요.

<>노교수 = 디지털사인이라뇨?


<>오마에 = 예, 사인이요.

그러니까 만18살이 되면 목소리나 장문 등으로 호적등록을 하는 거지요.

그러면 선거때 투표도 전화를 통해 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로 신원확인이 되니까요.

이것은 그저 아주 작은 예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이사를 간다거나 새로운 주소를 등록할 때도 전화로 할 수
있고요.

이것은 다목적카드사용도 가능하게 합니다.

다목적카드란 개인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담은 카듭니다.

운전면허증 사회보장카드 선불카드 주차카드 버스카드 등 어떤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신원증명같은 공공기능뿐 아니라 경제적 기능도 갖고 있는 거지요.

아직도 사람들은 많은 카드들을 갖고 다녀야 합니다.

왜냐하면 각각 카드의 기능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우리는 이 모든 기능들을 한곳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노교수 = 또 다른 예를 더 든다면.

<>오마에 = 교육의 모든 과정도 바뀌어야 합니다.

원격교육이 실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격교육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한 교실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전자장치기구를 이용해 가장 뛰어난 교사가 모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됩니다.

원격의료시술 또한 마찬가집니다.

환자가 의사와 같은 장소에 마주보고 앉아있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격진단은 물론 수술도 가능합니다.

<>노교수 = 한 사회의 총체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겠군요.

<>오마에 = 맞습니다.

말레이시아 프로젝트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한 사회의 법적인
시스템을 사이버공간에 재구성하는 첫번째 시도라는 점에서입니다.

사이버범죄에 대한 법률 또한 이 프로젝트에 포함돼 있습니다.

사이버공간에서는 범죄의 발생지역이 어느 한곳에 제한되지 않습니다.

몸은 미국에 있지만 범죄는 말레이시아나 일본이 발생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현재의 법률가지고 어떻게 처벌을 할 수 있겠습니까.

국제사회는 새로운 사이버룰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특히 사이버국가에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큰 이점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선거를 한번 치르는데 10억달러 이상이 듭니다.

사이버국가에서는 선거라는 형식을 거치지 않고도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지요.

후보들은 위성통신 등을 이용해 자신의 선거권자들에게 연설을 할 수
있고, 국민들은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간편하게 자신의 한표를 던질 수
있는거죠.

이런것들이 말레이시아 프로젝트에서 논의될뿐 아니라 실제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노교수 = 만약 말레이시아에서 이같은 시스템구축이 실현된다면 그
기술이 다른데에서 이용될 수 있겠군요?

<>오마에 = 물론 기술은 얼마든지 적용가능하지요.

그러나 대개의 경우 정치적인 의지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말레이시아의 경우 마하티르총리 자신이 이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키위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말레이시아국민들은 정보기술사회의 이익을 기술적으로 더 발달한
일본이나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노교수 = 국민들은 어떤 상태인가요?

이같은 첨단기술을 이해하고 따라오는데 어떤 어려움이 없을까요?

<>오마에 = 세계의 어떤 국가도 실리콘밸리에 모인 사람들처럼 그렇게
정보화되고 똑똑한 국민들만 갖고 있진 못합니다.

비록 미국이라 할지라도 이런 국가적 시스템 변경에 대해선 국민들에게
사전고지를 해야 합니다.

말레이시아도 한동안 이같은 고지기간을 둬야겠죠.

말레이시아도 일단 전국이 아니라 수도를 중심으로 MSC(Multimedia Super
Corridor)라는 시범적 사이버구역을 설정하고 이같은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노교수 = MSC에 대해 좀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오마에 = 이것은 한 지역이자 나라안의 나라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특별구역은 여타지역과 다른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나라안의 나라"라는 것은 이런 개념에서 나온 것입니다.

실제 이것은 남북으로 50km, 동서로 15km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입니다.

싱가폴의 3배에 해당하며 2백50만의 인구가 이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우선 2005년까지 실현한다는 목표로 있습니다.

이같은 1단계 계획이 성과를 거두면 2010년까지는 페낭이나 조호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고, 2020년까지 전국에 걸친 사이버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지요.

<>노교수 = MSC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도는 어느정돕니까?

<>오마에 = 좋은 질문입니다.

50개가 넘는 다국적기업들이 여기에 마케팅센터나 R&D센터 엔지니어링
센터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아시아구역을 총괄하는 지사를 이곳에 세우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물론 이곳에 디지털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죠.

<>노교수 = 말레이시아말고는 이런 계획을 가진 나라가 없습니까.

<>오마에 = 미국도 최근 텔레콤과 방송매체를 연결하는 새로운 전화관련
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단지 그 수준에 머물고 있을뿐입니다.

교육, 의료, 그외것들을 포괄하는 사회적 하부구조에 대해서는 손도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역시 자유로운 나라임에 틀림없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자체적으로 관공서에 EDI를 구축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모든 학교에 인터넷을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노교수 = 미국의 경우 시장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는 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이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마에 = 예, 그것은 매우 중요한 차이입니다.

네트워크사회로 진입하는데는 정치가들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한 사회의 법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그들밖에 없으니까요.

<>노교수 = 말레이시아가 이같은 디지털사회 진입에 적극적인 배경은
뭡니까?

<>오마에 = 살아남기위한 노력이라고 봐야합니다.

말레이시아는 제조업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나라입니다.

현재 수출품의 80%가 공업생산품인데, 15년전만해도 수출품의 80%가
야자유 고무 주석 등 자연자원들이었죠.

하지만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에 기초한 이같은 부흥은 곧 도전을 받게
됐습니다.

베트남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등이 벌써 똑같은 경쟁대열에 끼어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국가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사회로 진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노교수 = 이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은 어느정도입니까?

<>오마에 = 정부의 투자비용은 우선 텔레콤기반구축에 35억달러가 들고요,
새로운 행정수도구축에 30억달러, 신공항에 30억달러 등입니다.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닙니다.

<>노교수 = 제가 듣기로 오마에씨는 마켓이 정보화를 이끈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아는데, 정부가 앞서서 주도한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오마에 = 정부는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가는 초기화작업을 해줘야
합니다.

앞으로 성숙한 정보화시대에 진입하면 궁극적으로 정부가 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요.

<>노교수 = 최근 세미나에서 한국노동자쟁의와 임금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하신 것으로 아는데.

<>오마에 = 낮은 임금에 의존하는 산업경쟁력은 어차피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개선과 개혁을 통해 높은 수준의 생산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영자들이 자신이 바뀔 생각은 안하고 노동자들에게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노교수 = 저서인 "국가의 종말"에서 정치적공동체로서 단위국가라는
개념을 평가절하한 것으로 아는데요.

<>오마에 = 그렇습니다.

정치적공동체로서 단위국가가 지역과 국민들을 대하는 태도는 바뀌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지역감정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적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역을 개별적으로 잘 발전시킨다면 나라 전체에 큰 도움이
될겁니다.

제가 듣기로 부산과 대구 등은 한 지역의 중심지역할을 하고 있고, 나머지
부분들과 활발한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서울외에도 4-5개의 다기능권역들이 있는 셈이고, 이것은 북한과의
통합에 잠재력이 됩니다.

만약 현재처럼 서울을 중심도시로 둔 채 북한을 흡수하게 되면 한국에
이롭지 못합니다.

세금만 올라가고, 연방정부의 전체경쟁력은 떨어지겠죠.

그러나 통일한국을 여러 권역으로 분할발전시켜 이를 연결하는 경제활동을
펼친다면 훨씬 유리해질 것으로 봅니다.

< 정리 = 권수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