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금융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여 금융개혁을
본격화 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초에 터진 한보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의 금융기관과 금융산업이 얼마나
부실한지, 금융개혁이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지가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보사태는 단순한 경제적 사건을 넘어 우리사회의 부정부패, 정경유착의
한 극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정치적 사건이자 사회적 사건이라고 할
것이다.

금융개혁의 방법 범위 속도를 둘러싼 이해당사자간의 이견과 갈등,
그리고 개혁의 주도권을 둘러싼 금융개혁위원회와 정책당국간의 다툼의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각종규제의 철폐및 완화,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 조정, 금융기관간의
인수.합병, 금융기관의 소유구조조정, 감독체계개편 등을 둘러싼 이견과
갈등이 심하게 되면 개혁의 속도는 늦어지고 개혁의 본질이 흐려질 위험성도
크다.

그래서 금융개혁을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확고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금융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유화 원칙이다.

왜냐하면 금융산업, 금융시스템의 부실이 국가발전의 장애물로 지목되고
금융개혁이 이제는 더이상 미룰수 없는 절박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데는
정부당국의 규제와 간섭이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자유화 원칙에 충실한 금융개혁이 이루어져야만
경쟁력 있는 금융기관,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하는 금융시스템, 고객의
욕구에 충실한 금융서비스를 기대할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외국의
금융산업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주목한다면 자유화 원칙이
국내금융기관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유일한 대안이자 최선의
정책임을 쉽게 알수 있을 것이다.

자유화 원칙은 다음과 같은 부문에 충실히 적용되어야 한다.

첫째 금융기관이 금리 상품 서비스 자산운용 인사.경영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수 있도록 해야한다.

즉 각종 규제와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경쟁을 촉진하면서 특색있는 금융기관, 고객을 만족시키는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출현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둘째 업무영역, 신규진입과 퇴출에 대해서도 최대한 자유의 폭을 넓혀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경쟁의 촉진은 금융기관의 위험도를 증대시킬 것이라 이는 결국 경쟁력의
강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셋째 금융기관의 소유구조에 대해서도 보다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대기업은 무조건 안된다는 정치적 논리나 감정적인 판단을 앞세우지 말고
경제논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대기업이 금융기관을 소유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을 막을수 있거나 또는
부작용보다 대기업 소유 금융기관이 만들어 내는 이점이 더 크다면 굳이
막아야 하는 것인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넷째 금융기관간의 통폐합이나 인수.합병도 정부가 앞장서기 보다는
시장원리에 따라 해당금융기관들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한다.

이는 부실한 금융기관이 망할 자유도 있어야 함을 함축하고 있다.

이상의 자유화 조치는 금융기관의 자율경영을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금융기관의 책임경영을 강조함을 뜻한다.

물론 자유화를 추진함에 따라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안전성과 건전성, 공정경쟁을 위한 감독기능은 대폭
보강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전감독 보다는 철저한 사후감독에 비중을 두어야 자유화
원칙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감독의 투명성과 공정성도 확보되어야 한다.

아울러 금융 감독기관간의 통폐합과 위상의 설정도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다.

또한 금융개혁은 세계화와 국제화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의 금융기관이나 금융산업의 경쟁력 수준에 관계없이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세계유수의 금융기관들과 국내외에서 경쟁해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함은 물론 금융제도, 관행, 의식을
국제화하는 것도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금융개혁은 자유화라는 대원칙에 충실하면서 가능한 빨리 추진되어야
한다.

외부여건이나 경쟁자들은 우리들이 경쟁력을 갖출때까지 결코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개혁을 담당한 사람들은 그 의사결정이나 진행과정에서 다음의 질문에
끊임없이 답해 보아야 한다.

과연 지금 내리는 결정이나 조치가 자유화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진정으로 경쟁촉진적인 것인지를 그런 연후에 자유화에 따라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금융개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도와 관행, 그리고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이다.

또 당사자들간의 이해갈등과 고질화된 타성으로 인해 많은 저항도
예상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유화가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금융기관의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가능케 하는 거의 유일한 열쇠라는 점이다.

금융개혁이라는 숙제를 현명하게 해내지 못하는 한 우리경제의 선진화,
경쟁력 있는 우리경제를 이룰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