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회의 자민련 합동의원총회에서
한보사태의 배후로 김영삼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지목하고 본인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에대해 현철씨는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한보사건을 둘러싸고 여야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회의 한영애의원은 의총에서 "현철씨가 한보철강 공사현장을 2번
방문한 시간과 장소, 동행인을 알고 있다"며 "현철씨가 왜 한보철강 공사
현장에 갔는지 김대통령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의원은 "한보사태는 현철씨가 주동이 된 사건이며 나는 그 근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의원은 "40년간 목숨을 걸고 지조와 양심을 가지고 살아왔다"며 "이제
김영삼정권과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의원은 "포철 막후에 현철씨가 있고 현대의 철강사업을 못하게 한 것도
현철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의원은 이어 "세상에 절대 비밀은 없다"며 "김대통령이 이 나라를
구할 것인지, 둘째 아들의 조직력과 야심 그리고 흑막에 끌려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공을 퍼부었다.

한의원은 특히 비장한 어투로 "이런 발언들에 대해선 내가 책임을 질
것이며 목숨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자신의 발언을 정리했다.

설훈의원도 "한의원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며 "현정권은 언론은
물론 정치권조차 거론하기 어려운 성역을 만들었는데 그 성역은 바로
"현철씨""라고 주장했다.

설의원은 또 "김대통령은 성역을 없애기 위해 현철씨를 구속하든 해외로
추방하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설의원은 "국민들이 모두 아는 사실을 김대통령만 모른다"며 "김대통령이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김대통령이 불행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설의원은 "홍인길의원이 "깃털"이라면 몸체는 현철씨이고 김덕룡의원이
말하는 "음모"의 배후도 현철씨를 두고 하는 말이지 않느냐"며 동료의원들의
호응을 구하기도 했다.

한.설 두 의원의 발언이 회의장분위기에 편승, 돌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당지도부와 사전조율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향후
정국에 상당한 파문을 몰고 올 소지가 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현철씨는 국민회의가 한보의혹에 자신을 연루시키고 있는 것과 관련,
한보수사가 끝나는대로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철씨의 한 측근은 이날 "국민회의측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한보
수사가 마무리되는대로 국민회의측의 그같은 주장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현재 법적 대응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