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보그룹계열사가 진행하고 있는 해외건설공사가
심각한 자금난으로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일부 해외공사는 국내은행의 신용도 추락으로 지급보증서를 갖고도
현지 자금처를 구하지 못해 은행측과 한보그룹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보그룹이 현재 해외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업은 모두 8건으로 (주)한보와
한보건설(옛 유원건설)이 각각 4건씩이다.

이중 인도네시아등 5건의 공사는 마무리단계에 있으며 필리핀 카섹난 수력
발전소건설공사를 비롯한 나머지 3건은 공정률 50% 미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중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공사비만 2억3천만달러가 넘고
사업도 초기단계인 필리핀의 카섹난 수력발전소공사.

한보건설이 시공하는 이 공사는 국내보증은행(제일은행)의 신용도가 한보
부도로 크게 떨어지면서 해외금융기관은 물론이고 다른 국내은행으로부터도
외면당해 공사를 계속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한보는 제일은행이 발급한 지급보증서및 공사이행보증서를 들고 공사비
추가차입을 위해 뛰고 있으나 해외 금융시장에서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은행의 지점들을 통한 자금조달마저도 막히고
있어 현장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보건설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공사를 거의 마친 러시아 보고차 군막사공사도 마무리자금이 부족해
하도급대금등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전체 미지급금 6백만달러중 하도급대금 보험금등 당장 필요한 자금은
2백75만달러.

이에따라 발주처인 러시아국방성과 현지 근로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으며 이 공사와 관련해 그동안 발주처와 교섭해온 수천만달러규모의 피해
보상문제도 물건너갈 처지에 있어 2중의 피해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도난 (주)한보가 시공중인 공정률 50% 내외의 파키스탄 도로공사 2건과
공사를 거의 마친 인도네시아 교차로공사도 이미 자금난에 따른 문제가 발생
하고 있다.

파키스탄에는 운영자금 2백만달러, 인도네시아에는 마무리 하도대금
1백50만달러가 당장 필요하나 기존 보증은행들이 추가 지원을 거부하고 있고
채권단구성마저 늦어져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요르단 관걔용수공사는 아직 별 이상이 없다고 한보측을 밝혔다.

지금과 같은 은행권의 추가지원 거부, 채권단의 지원연기등이 이어질
경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 사업장은 공사중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필리핀 카섹난 발전소공사가 중단될 경우 보증은행인 제일은행이
발주처인 캘리포니아에너지에게 총공사비의 50%를 지급해야할 처지여서
심각한 은행부실까지 초래할 우려가 크다.

이에따라 해외공관에서조차 국내정부가 이들 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을 보증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내
은행권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활기를 띠고있는 해외건설사업은 "신용을 먹고 사는" 업종이기 때문
이다.

<김철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