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황장엽 노동당국제담당비서(72)가 12일 수행원인 김덕홍
노동당중앙위 자료연구실부실장(59)과 함께 중국 북경소재 한국총영사관에서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했다.

유광석 외무부 아.태국장은 이날 오후 "황장엽비서등이 이날 오전
10시5분께 북경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찾아와 한국으로의 망명의사를 표명,
현재 주중한국총영사관에 머무르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국장은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중국당국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면서
"정부는 망명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측과 절차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서열 24위인 황비서는 노동당 국제담당비서, 노동당 중앙위원, 최고
인민회의 외교위원장, 사회과학자협회 위원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겸직하고 있으며 "김일성 주체사상"을 체계화시킨 북한 지식층의
대표적 인물이다.

황비서는 지난달 30일 북경을 통해 일본에 도착, 주체사상연구소 주최의
국제세미나에 참석한뒤 11일 북경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권오기 부총리겸 통일원장관 주재로 유종하 외무
김동진 국방장관과 권영해 안기부장 김광일 청와대비서실장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를 열고 황비서 망명요청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정부는 황비서의 망명요청을 받아들이기 위한 중국 정부당국및
유엔 고등판무관(UNHCR)과의 외교적 절차를 점검하고 망명절차등을 협의하기
위해 빠르면 13일 정부 고위급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