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와 관련, 여권실세인 민주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계의 핵심인사들이 회동, 진로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민주계 대선주자로 거론돼왔던 최형우 고문 김덕룡 의원을 비롯 강삼재
사무총장 등 청와대와 신한국당 고위인사들은 지난 12일밤 시내 모처에 모여
한보사태이후의 민주계 향후 진로와 수습방안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총장은 이와관련,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회동사실을 확인하면서 "한보사태
와 관련해 돌아가는 얘기를 나눴다"며 "앞으로 잘해보자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참석자 측근들은 회동 자체가 야당을 비롯한 당내외의 오해를 살 가능성에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최고문과 김의원은 수시로 만나는 분들" "지금
상황에서 무슨 얘기를 할수 있겠느냐"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참석자
들 대부분은 이날 매우 심각한 분위기에서 밀담을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 김의원은 자신이 한보로부터 5천만원을 받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 이번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방향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자신이 모르는 정치적 음모가 있다면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는 또 검찰에서 다른 관련인사들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홍인길 의원문제 등을 논의하면서 민주계가 공멸의 위기에 놓였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재결속을 통해 우선적으로 한보사태를 빠른 시일내에 수습하는데
총력을 쏟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은 한보사태로 문민정부 출범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처한
민주계의 상황인식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특히 김의원의
정치적 음모설 제기를 계기로 표출돼왔던 "민주계내 권력암투설" "민주계
소장파의 도전설" 등의 시비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구속된 홍의원과 검찰에 소환된 김우석 내무장관, 국회
재경위원장인 황병태 의원 등이 모두 민주계 핵심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정국
운영을 주도해왔던 민주계가 깃발을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검찰수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사법처리대상에 오른 이들 3명 외에도
한보사태의 배후에 "상도동 사단" 출신들이 더 있을 것이란 관측이 계속
제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최고문과 김의원 서석재 의원 등 나머지 핵심인사
들이 사실여부와는 관계없이 수뢰설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회동으로 민주계가 적어도 외부적으로는 내분을 봉합,
재결속의 면모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상도동 집사장"으로 불려왔던 홍의원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다 검찰이 수사방향을 야권이나 관계쪽으로 틀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한 여론의 시각도 따가운 것이 사실이어서
"한보 회오리"의 종점은 아직 불투명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
이다.

<문희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