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보와 기술의 홍수로 인해 우리의 가치관과 미래에 대한 확신은
강력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정체되고 있다.

현재 생활을 영위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보다 미래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려
어딘지 모르게 원치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미래를 어느날 갑자기 다가오는 독립 변수로 다루지만 미래는
수없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의 조합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변화
그 자체는 사회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 심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 미래로 향하는 열차에 동승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차츰 차츰 적응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인간이 사회문제와 개인문제에서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시급히 터득하지 못한다면 대대적인 적응파탄(Adaptational
Break-down)의 운명에 처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100여년전 전화기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에는 전화기가 신기한 물건으로
취급되었지만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지금은 가장 흔한 정보기기중의
하나에 불과하며 인류 최초의 달착륙선이 달탐사를 진행할때 활용된
컴퓨터는 그 당시 최고의 컴퓨터 시스템이었으나 요즈음 아동용으로
제작된 최신형 64비트 게임기의 성능보다도 못하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60~70년대에 우리에게 빈부의 차이를 느끼게
해 주었던 TV도 어느덧 혼자만의 기능만으로는 존립의 가치가 흔들려
PC의 도움을 청하게 되었고 앞으로 PC 또한 몇십 배 성능이 좋아지고
가격도 낮아져 소모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는 막연한 허상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토대로
쌓아 올려진 노력의 유산물이다.

복잡하고 난해한 현상도 원리적인 요소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보면
그 내면의 일관된 흐름을 파악할수 있으며 이 체계화된 흐름을 미래의
문고리에 연결시켜야 한다.

우리는 지금 과거의 연장선에 있기보다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에 다가올 변화를 읽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회피하려 한다.

미래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려는 의지와 노력을 기울인 자만이 미래를
소유할수 있다.

21세기는 결코 기다리는 자에게 미소를 짖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