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국제담방비서가 귀순요청 과정에서 "그쪽(남한) 권력 깊숙한 곳에
이곳(북한) 사람이 박혀 있습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부 북한문제전문가들은 수차례 남한내 간첩이 수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를 해왔다.

특히 지난해 레바논 필리핀인으로 위장, 고정간첩활동을 해온 (정수일.63.
일명 깐수) 검거이후 우리 사회 주요기관에도 간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어서 파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황의 발언에 대한 지실여부와 함께 국내 권력기반에 대한 간첩
침투여부에 대해 공안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황은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측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나를
만난 사실을 극비로 해주셔야 합니다.

그쪽(남한) 권력 깊숙한 곳에 이곳(북한) 사람이 박혀 있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그의 발언은 지난해 해럴드 니컬슨(46) 등 미국 중앙정보국(CIA)중견간부
들이 러시아의 첩보원활동을 한 혐의로 줄줄이 체포돼 드러났듯이
우리나라에도 ''고위급 간첩''이 존재할 가능성이 중분히 있다는 추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구속된 고정간첩 정씨의 진술에서도 확인된다.

정씨는 당시 "남한에는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고정간첩이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일부 북한문제전문가들은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한 지식인들 가운데 수십년
동안 고정간첩으로 활동해온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해 왔다.

한편 경찰의 보안담당 고위관계자는 13일 이와관련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지만 신빙성이나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며 "그러나 경찰
등공안당국으로서는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 김태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