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마지막 유망사업"으로 일컬어지는 기업 인수합병(M&A)의
회오리바람이 중소업계에도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다.

12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개방 및 경기위축 여파로 업체간
성장과 부진의 명암이 뚜렷해지면서 섬유 자동차부품업계 등을 중심으로
인수합병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섬유업계에선 한국물산 신광산업 군자산업등이, 자동차부품업계에선
대기산업 대우공업등 상당수 기업들이 최근 관련.비관련 업체를 인수했거나
인수작업을활발히 추진중이다.

지난해 국내 2대 부직포업체인 한국물산을 인수했던 강영일 주영커먼회장은
최근 중견 부직포업체인 우다와 보일러업체인 동성보일러를 인수했다.

우다와 동성은 모두 충북 음성에 공장을 두고 연간 1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로 과다한 연구개발.시설투자및 경기불황으로 자금난을 겪다
각각40억원 정도 금액에 인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두회사의 서울사무소는 서울 삼성동 한국물산 본사로 이전,
생산.영업 체계를 재정비하는 중이다.

우다의 경우 지난해 국산화한 자동차.공조기용 차세대 필터인 정전필터를
올하반기 양산하고 동성도 인수후 벽걸이용 보일러의 판매가 호조를 띠고
있어 성장전망이 밝다고 한국물산 관계자는 설명했다.

상장 염색가공업체인 신광산업은 최근 자본금 10억2천만원의 세라믹콘덴서
업체인 충주전자의 주식 70%를 인수했다.

신광측은 또 연간 매출 2백억원대의 상장 염색가공업체인 중앙염색가공의
주식인수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신광은 기존 소각로사업에 이어 폐기물처리사업등 환경분야에 본격
참여하고 의류완제품등 종합 섬유회사로 변신을 꾀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업인수합병 중개회사인 한국M&A에 인수됐던 군자산업은
수권자본금을 3백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늘리고 기업 사냥에 본격
나설 태세이다.

군자는 인수합병을 통해 정보통신 자동차부품 패션 환경분야등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며 니트봉제전문에서 탈피, 종합패션업체로 도약키
위해 1차로 패션회사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주 변동이 거의 없던 자동차부품업계에도 최근 전반적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이같은 기업 인수합병 붐이 일고있다.

부실화된 삼도그룹 계열의 자동차부품업체인 삼도기전과 삼도산업이
최근 동종업체인 대우공업과 대기산업에 각각 인수됐다.

삼도기전은 연간 매출 7백억원의 국내 2대 자동차램프업체, 삼도산업은
외형 4백80억원(96년)의 자동차시트업체로 모두 기아자동차 협력업체이다.

대우공업은 매출 2백억원대의 차체업체로 삼도의 경영권을 확보, 사실상
인수하게 됨에 따라 중견 부품메이커로 발돋움할수 있게 됐다.

대기산업은 생산품목 다각화를 계기로 경영분위기를 일신키 위해
삼도산업의 상호를 대기시트로 변경하고 몇몇 임원진을 인수회사에
배치했다.

반월공단에서 브레이크페달 클러치페달등을 생산하는 금화공업도
방산업체인 오리엔탈공업에 인수돼 상호가 오리엔탈기공으로 바뀌었다.

라이터제조 상장업체인 명성은 지난해 자동차후두.트렁크업체인
유진산업을 흡수합병, 자동차사업부화 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차부품사업에
진출했다.

명성은 이와함께 경주 건천에 차체부품공장을 건립, 다음달 준공식을 갖고
현대자동차 신차용으로 본격 공급하게 된다.

이밖에 2년여전 2백40억원을 투입해 날염공장을 건립했던 중견
염색가공업체인 신성산업이 최근 1백17억원에 방림에 인수됐고 자본금
16억5천5백만원의 염색업체인 삼리염직도 동일방직에 인수된다.

동일은 선약금 10억원에 삼리의 경영권을 인수한 상태이며 오는 6월말까지
제반 실사를 완료, 계열사인 동일레나운과 함께 삼리의 지분을 50%씩
양분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중소업계에 인수합병 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최근 경기불황속에서
시설과잉투자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업체와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사세를 신장하려는 성장기업간 우호적 제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인들 사이에 M&A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영업수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향후 인수합병 바람은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업계로 본격
확산될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문병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