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도 건강식품도 아닌 DHEA가 노화방지나 정력강화제로 소문나 웃돈을
주고도 없어서 못산다고 한다.

지난해 애틀랜타 올림픽때는 멜라토닌이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찾는
최고의 선물이 됐다.

또 최근 인터넷에는 콜로이드상태의 순은이 만병통치약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력에 좋다면 그 진위를 확인할 여유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찾아 헤매며
국제망신까지 당하는 우리의 보신철학을 반영한 사회적 기현상이라 하겠다.

필자는 바쁜 와중에서도 남성의학과 관련한 국제학술지를 빠짐없이 읽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DHEA나 멜라토닌이 남성의 정력을 강화할수 있다는
연구논문은 찾아보지 못했다.

몇년전부터 의학적으로 전혀 효험이 규명되지 않은 자기팔찌를 끼고
다니는 남자들을 많이 볼수 있는데 요즘은 단순한 건강보조기구의 수준을
넘어 일종의 장신구로 고급화하는 경향마저 띠고 있다.

사회지도층이나 의사마저 이러고 다니는 걸 보면 씁쓸한 마음을 금할수
없다.

이치에 맞건 안맞건 몸에 부작용이 없고 남들이 좋다고 하니 나도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쁠것 없다는 식이다.

자기가 건강에 좋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사람은 지면에서 방출되는 자기를
일정량 받아야 신진대사가 원활히 이뤄지는데 요즘처럼 하루종일
콘크리트벽 철벽으로 막힌 사무실이나 아파트에서 지내면 이런 자기를
받을수 없다는 것.

따라서 자기발생장치를 몸에 부착하면 자기를 보충할수 있다는 것이다.

몇년전 모 수입상으로부터 팬티에 달고 다니면 자기를 발산해 정력을
강화한다는 기구를 임상실험해달라고 부탁받았다.

독일에서 수입한 이상품이 상당한 호응을 얻자 이를 공론화하고자
필자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객관적으로는 야간의 수면중 발기검사를, 주관적으로는 발기력향상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기구를 부착하기 전후의 발기력차이를 조사했다.

결과는 이것이 조그만 쇠붙이 조각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확실한 근거없는 건강상품을 이용하는 것은 나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일로서 이에 앞서 건강한 정신을 지키도록 유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세철 < 중앙대 의대부속 용산병원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