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고 순풍을 타고 미금융당국이 사상 최장의 환시장 불개입 기록을
세웠다.

12일 미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리는
95년 8월15일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지난 1년반동안 뉴욕 외환시장은 정부의 간섭없이 순수하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움직여 왔다는 얘기다.

그만큼 달러환율이 "이상적"이란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미금융당국의 시장 불개입 최장 기록은 1년2개월.

달러고정책하에서 시장 불개입을 원칙으로 했던 레이건행정부 초기
(81년3월-82년6월)에 세워진 기록이었다.

그러나 과도한 달러고로 미경제가 흔들리자 레이건 행정부도 곧 환시장
불개입 원칙을 폐기했다.

그이후 85년 플라자 합의를 거쳐 엔고(달러저)시대로 접어들면서 연준리는
"시장개입"의 계절을 맞았다.

특히 엔화에 대한 달러가치가 79엔대까지 추락했던 지난 95년 봄전후에
연준리가 펼쳤던 달러추락 방지작전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연준리는 당시 하루가 멀다고 시장에 들어가 달러매입-엔매각을
실시했었다.

이번 환시장 불개입기록은 단지 숫자의 의미를 훨씬 뛰어넘는다.

레이건 정권처럼 인위적인 정책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없는 안정적
경제성장과 달러고가 어우러지면서 빚어낸 미경제성공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연일 추락하는 원화를 붙잡아두기 위해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에 정신없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노혜령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