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산업정보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첩보전이 어느때보다 치열하다.

첨단기술이나 정보를 보유한 "가진 자"와 어떻게해서든 이를 빼내려는
"못가진 자"가 벌이는 치열한 암투는 새삼스레 동서냉전시대의 국운을 건
스파이전을 연상케 할 정도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미국내 산업스파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또다른
전쟁-미국내 경제첩보전"(존 파이얼카 저 노톤 간 25달러 원제:War By Other
Means-Economic Espionage in America)이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IBM프랑스지사 비밀문서
누출, 영 엑손사 오일시추장비 구입관련 정보 누설출사건 등의 광범위한
사례를 바탕으로 냉전이 끝난 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첩보전의
실상과 문제를 차례로 분석했다.

그속에서 저자는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각국의 첩보활동이 자국 경제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며 "미국기업은 외국인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고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다소 원색적인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끈다.

미국 기업의 경우 거만하고 게으른 까닭에 경쟁상대인 외국기업들에 대해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현대 산업스파이전의 손쉬운 목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 엔지니어들은 여차하면 자신들의 모국에 있는 경쟁기업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치열한 산업첩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미국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우수한 미국학생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교육에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또 외국인들의 미 대학원 진학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대책까지 제시해놓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내용으로 인해 비판받고 있는 이 책은 그러나 산업첩보전이
가져올 미기업의 피해를 제대로 지적해냈다는 긍정적 평가를 함께 받고 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