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한국영사관에서 망명절차를 밟고 있는 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는
사건발생 3일째인 14일 시내 한 한국음식점에서 준비한 한식을 남기지 않고
먹는등 건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중한국대사관측이 밝혔다.

영사처 류모영사의 방에 간이침대를 놓고 생활하고 있는 황장엽은 말을
삼가고 있는 편이며 간식으로 햄버거 등을 먹고 있다.

그는 한국이나 중국신문 등을 일절 보지않은채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제공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13일 황의 망명을 협의하기 위해 중국에 온 김하중 외무부장관특보가
북경수도공항에 내리자 마자 북한대사관 직원들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미행
하는 바람에 호텔로 가지 못하고 중국공안이 지켜 주는 영사처로 직행했다는
후문이다.

김특보는 영사처에서 황과의 면담이 끝난 뒤 곧바로 중국외교부로 갔으나
만날 예정이었던 중국측 관계자가 자리를 피하는 바람에 첫 공식접촉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의 남북한 긴장이 고조될때와는 달리 이번 망명사건 이후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중국공안당국은 북경 수도국제공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무실의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국공안은 이와함께 양 항공사의 항공화물에 대한 검색을 대폭 강화하고
사무실을 수시로 찾아와 정체불명의 보따리가 있으면 즉시 신고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북경으로 오는 탑승객이 평소보다 30%이상 줄었다고 양
항공사측은 밝혔다.

<>.16일 김정일의 생일을 앞두고 친북인사 3백여명과 함께 북한에 가려던
주창준 주중북한대사는 평양행 일정을 취소하고 "황장엽구출작전"을 지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북인사들은 주가 평양행을 취소하자 너도나도 취소해 14일 평양에 간
사람은 1백여명도 안된다고 한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중국공안 소속의 방탄차가 14일 오후 북경 삼리문 한국영사처 정문에
도착, 현장에서 취재중인 외신기자들을 긴장시켰다.

이 공안차는 정문에 멈춰 선후 별도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외신기자들은 차량이 방탄 등의 특수장치가 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공관 관계자의 북경시내 이동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북경=김영근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