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부패척결 우선순위 정해 예산/인력 투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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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많은 선량한 시민들을 분노케 만든다.
여론을 주도하는 학자나 언론인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의 장래가 그저 암담할 뿐이라고 개탄한다.
정부 고위층도 여기에 동감하여 "중단없는 사정"이라는 묘한 뉘앙스의
신조어가 등장했고, 올해 5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부정부패의 지속적
척결"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최고 통치자의 이러한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바로
한보사태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검찰에 소환된 정치인들이 관행적인 "떡값"이었다고 항변하거나
"나는 깃털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아 문제가 된
한보사태 하나만 제대로 파헤치더라도 적어도 수십명의 공직자들이 추가로
처벌을 받아야 될 정도로 그 범위가 광범위해 보인다.
그렇다면 분노하는 선량한 시민들은 어떠한가.
최근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 선량한 시민들의 43%는 교통경찰에게, 36%는 교사에게, 13%는
공무원에게 촌지나 급행료를 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혹자는 잘못된 정치사회구조가 선량한 시민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므로
구조개혁과 철저한 사정을 통해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혹자는 우리의 의식구조가 잘못되어 있으므로 우리 모두의 정신을
개혁하기 전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자동차가 교통사고의 원인이므로 교통사고를
없애기 위해서는 모든 자동차를 없애야 한다거나, 자동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만큼이나 현실성이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보다 현실적인 부정부패 해소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결론부터 밝히자면 부정부패 방지에 동원할 수 있는 정부의 인력과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먼저 부패척결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순서에 따라 인력과 예산 사용의 집중도를 결정해야 한다.
후술하겠지만 승자와 패자를 뒤바꾸는 뇌물이 가장 나쁜 뇌물이므로
이러한 뇌물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 발주공사를 예로 들어보자.
두 기업이 수주경쟁을 벌이는데 A라는 기업의 생산원가는 80억원이고
B기업은 90억원이 약간 넘는다고 하자.
뇌물이 없다면 A기업이 90억원에 공사를 수주해서 10억원의 이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어는 부패한 공무원이 뇌물을 가장 많이 갖다 바치는 기업에
1백억원에 그 공사를 주기로 약속했다고 하자.
B기업이 최대로 바칠 수 있는 뇌물액수는 10억원에 약간 못 미치고,
따라서 A기업이 10억원의 뇌물을 주고 여전히 그 공사를 수주해서 10억원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상황을 약간 바꿔서 A기업이 10억원, B기업이 9억원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무원이 B기업과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9억원을 받고
그 공사를 B기업에 주었다면 뇌물이 승자와 패자를 바꾸게 된다.
이 경우의 뇌물은 80억원의 생산원가로 완성할 수 있는 공사를 90억원짜리
공사로 만들게 되어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한다.
이와 같이 나름대로의 경쟁(?)보다는 개인적인 친분이 작용하여 승자와
패자를 뒤바꾸는 분야에 부패척결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화제를 다시 교통경찰이나 교사에게 주는 촌지 얘기로 돌려보자.
슬픈 현실이긴 하지만 이 경우네는 자가운전자나 학부모들 간의
촌지경쟁이 가능하고, 따라서 촌지로 인해 승패가 뒤집히는 일이 그리
많으리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물론 양심적인 운전자나 학부모가 손해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촌지경쟁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들 양심적인
사람이 입는 손해는 줄어든다.
속된 표현으로 촌지의 약발이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비해 고위공직자가 개입되는 비리사건일수록 개인적인 친분과
비밀성이 크게 작용할 소지가 많고, 따라서 뇌물로 인해 본래의 승자와
패자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부패척결 작업에 동원할수 있는 인력과 예산의 제약때문에 부패척결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경우 고위공직자 비리척결이 그 1순위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정부패에 대해 시민들이 쉽게 흥분하다 보니 전문가를 자처하는
일부 선동가들은 엄격한 부패방지특별법 제정을 통해 부패 공직자들에게
극형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별법 제정이 주는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는 대다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 공감한다.
그러나 극형의 부과가 위법행위 적발 기소나 증거확보 등에 따르는
법집행 비용을 높이므로 효과적인 법집행을 위해서는 적절한 양형수준을
구할 필요가 있다는 최근의 연구결과에 대해 이들 선동가는 귀를 귀울여야
할 것이다.
부정부패 문제가 우리를 흥분시킬수록 우리는 이 문제를 냉정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그러한 문제가 생겨나는지, 주어진 제약조건 하에서 어느 부문부터
손을 대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지, 그리고 효과적인 법집행은 어떠한
것인지 등등.
빈대를 잡기위해 초가삼간을 다 태우기보다는 주어진 예산을 쪼개어
살충제를 구입, 살포하는 냉철함이 요구되는 분야가 바로 부정부패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많은 선량한 시민들을 분노케 만든다.
여론을 주도하는 학자나 언론인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의 장래가 그저 암담할 뿐이라고 개탄한다.
정부 고위층도 여기에 동감하여 "중단없는 사정"이라는 묘한 뉘앙스의
신조어가 등장했고, 올해 5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부정부패의 지속적
척결"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최고 통치자의 이러한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바로
한보사태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검찰에 소환된 정치인들이 관행적인 "떡값"이었다고 항변하거나
"나는 깃털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아 문제가 된
한보사태 하나만 제대로 파헤치더라도 적어도 수십명의 공직자들이 추가로
처벌을 받아야 될 정도로 그 범위가 광범위해 보인다.
그렇다면 분노하는 선량한 시민들은 어떠한가.
최근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 선량한 시민들의 43%는 교통경찰에게, 36%는 교사에게, 13%는
공무원에게 촌지나 급행료를 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혹자는 잘못된 정치사회구조가 선량한 시민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므로
구조개혁과 철저한 사정을 통해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혹자는 우리의 의식구조가 잘못되어 있으므로 우리 모두의 정신을
개혁하기 전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자동차가 교통사고의 원인이므로 교통사고를
없애기 위해서는 모든 자동차를 없애야 한다거나, 자동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만큼이나 현실성이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보다 현실적인 부정부패 해소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결론부터 밝히자면 부정부패 방지에 동원할 수 있는 정부의 인력과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먼저 부패척결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순서에 따라 인력과 예산 사용의 집중도를 결정해야 한다.
후술하겠지만 승자와 패자를 뒤바꾸는 뇌물이 가장 나쁜 뇌물이므로
이러한 뇌물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 발주공사를 예로 들어보자.
두 기업이 수주경쟁을 벌이는데 A라는 기업의 생산원가는 80억원이고
B기업은 90억원이 약간 넘는다고 하자.
뇌물이 없다면 A기업이 90억원에 공사를 수주해서 10억원의 이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어는 부패한 공무원이 뇌물을 가장 많이 갖다 바치는 기업에
1백억원에 그 공사를 주기로 약속했다고 하자.
B기업이 최대로 바칠 수 있는 뇌물액수는 10억원에 약간 못 미치고,
따라서 A기업이 10억원의 뇌물을 주고 여전히 그 공사를 수주해서 10억원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상황을 약간 바꿔서 A기업이 10억원, B기업이 9억원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무원이 B기업과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9억원을 받고
그 공사를 B기업에 주었다면 뇌물이 승자와 패자를 바꾸게 된다.
이 경우의 뇌물은 80억원의 생산원가로 완성할 수 있는 공사를 90억원짜리
공사로 만들게 되어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한다.
이와 같이 나름대로의 경쟁(?)보다는 개인적인 친분이 작용하여 승자와
패자를 뒤바꾸는 분야에 부패척결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화제를 다시 교통경찰이나 교사에게 주는 촌지 얘기로 돌려보자.
슬픈 현실이긴 하지만 이 경우네는 자가운전자나 학부모들 간의
촌지경쟁이 가능하고, 따라서 촌지로 인해 승패가 뒤집히는 일이 그리
많으리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물론 양심적인 운전자나 학부모가 손해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촌지경쟁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들 양심적인
사람이 입는 손해는 줄어든다.
속된 표현으로 촌지의 약발이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비해 고위공직자가 개입되는 비리사건일수록 개인적인 친분과
비밀성이 크게 작용할 소지가 많고, 따라서 뇌물로 인해 본래의 승자와
패자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부패척결 작업에 동원할수 있는 인력과 예산의 제약때문에 부패척결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경우 고위공직자 비리척결이 그 1순위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정부패에 대해 시민들이 쉽게 흥분하다 보니 전문가를 자처하는
일부 선동가들은 엄격한 부패방지특별법 제정을 통해 부패 공직자들에게
극형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별법 제정이 주는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는 대다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 공감한다.
그러나 극형의 부과가 위법행위 적발 기소나 증거확보 등에 따르는
법집행 비용을 높이므로 효과적인 법집행을 위해서는 적절한 양형수준을
구할 필요가 있다는 최근의 연구결과에 대해 이들 선동가는 귀를 귀울여야
할 것이다.
부정부패 문제가 우리를 흥분시킬수록 우리는 이 문제를 냉정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그러한 문제가 생겨나는지, 주어진 제약조건 하에서 어느 부문부터
손을 대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지, 그리고 효과적인 법집행은 어떠한
것인지 등등.
빈대를 잡기위해 초가삼간을 다 태우기보다는 주어진 예산을 쪼개어
살충제를 구입, 살포하는 냉철함이 요구되는 분야가 바로 부정부패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