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은 서울 외곽의 주요 호텔들은 물론 국립중앙극장
같은 문화공간까지 전전하며 "은밀한 거래"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로비장소도 로비대상 만큼 "전방위"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중 남산 중턱에 위치한 하이얏트 호탤은 일종의 베이스 캠프격.

검찰수사 결과 정총회장은 모두 9차례에 걸쳐 이곳에서 정관계 주요
인사들에게 "검은 돈"을 건넸다.

신한국당 홍인길.정재철 의원, 신광식 제일은행장, 우찬목 조흥은행장
등이 이곳에서 "마수"에 걸렸다.

호텔관계자는 "19층의 VIP룸을 상시 예약해 두고 방문 직전에 전화로
통보했다"며 "팁을 두둑히 주면서 외부로 말이 새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우석 전장관과 황병태 의원의 경우는 각각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과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로 "아지트"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가장 압권은 권노갑 의원에게 국민회의 의원들의 한보공세를 막아
달라며 5천만원을 준 서울 장충동의 국립중앙국장.

최병국 중수부장은 공연이 진행중인 객석에서 돈이 오고갔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수사기밀에 해당하므로 중간수사결과 발표때 공개하겠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