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활동중인 이융세씨(41)가 11~20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734-6111)에서 귀국전을 열고 있다.

이씨는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고 69년 도불한 뒤 작고할 때까지
고국땅을 밟지 못했던 고암 이응로화백(1904~1989)의 아들로 이번이 첫
한국전이다.

출품작은 한지를 사용해 제작한 3백호짜리 대작 등 30여점.

그는 바다와 태양 이끼 동굴 나뭇잎 등 자연적인 요소들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발표, 동양적 신비주의에 매료된 서양인들에게 크게 어필, 프랑스
화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오랫동안의 유럽생활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정서를 표출, 호평을 받고
있는 그는 한지를 구기고 반죽하여 만든 자신만의 독특한 화면위에 황토색과
청 녹 황 등 화려한 색깔을 입혀 동양적인 정서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풍요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물결이 넘실대는 수평선이나 오랜 인고의 세월을 몸으로 버텨낸 쩍쩍
갈라진 고목나무 등걸을 연상시키는 화면들은 입체감과 함께 신선한 질감을
지니고 있다.

"우연성이 배제된 그의 작품은 정교함으로 인해 놀라울 만큼 고요한
분위기를 지닌다.

그 결과 화면에는 상징적인 자연의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 프랑스 미술
평론가 파트릭 질 페르생씨의 평.

이씨는 서울 태생으로 아카데미 그랑드쇼미에르와 에콜 데 보자르를
졸업했으며 김환기 문신 이응로화백 등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한국출신
작가들이 거쳤던 권위있는 미술공모전 살롱 줴쥐아전 등에 출품했고 현재
프랑스의 지마레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중이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