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김영근특파원] 북한은 황장엽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망명사건 이후
대외무역 관계자의 출국금지조치를 내렸다고 외교소식통과 한국기업 관계자
들이 16일 밝혔다.

북경 주재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 대외무역담당자의 대부분은 해외여행이
잦아 국제정세를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북한측은 이들이
황비서의 망명에 충격을 받아 연쇄이탈을 감행할지 모른다고 판단해 출국을
금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은 한반도 군사긴장이 고조된 시기와 북한외교관과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귀순할때도 해외근무자에 대한 동향감시를 강화했을뿐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경주재의 한국기업들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 기업관계자들은 바지자켓 컬러TV 가방 운동화 등의 대북임가공사업을
위해 북한인사들과 북경에서 만날 예정이었으나 황장엽망명사건 이후 아무런
연락없이 야곡을 어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통일원으로부터 북한주민접촉 승인을 얻은 녹십자 신언 등의 기업들도
북한측이 뚜렷한 이유를 대지 않은채 "사정상 만날 수 없다. 다음에 연락하
겠다"는 통보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15일오전 북경에 도착한 평양발 고려민항은 3백석 규모임에도 해외
출장이 잦은 대외무역관계자들이 빠져 탑승객이 10여명에 그쳤으며 북경~평
양간 국제열차의 승객도 평소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그러나 이미 북경과 홍콩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외무역관계자의
조기귀국 조치는 내리지는 않은 상태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